한국일보

고르기와 취하기

2005-06-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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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뉴욕그리스도의교회 목사)

살아가면서 여러번 선택의 기로에 선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이 아니라 평생을 좌우할 때가 많
아졌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선택하는데 조심스럽고 정보를 알아내려는 노력이 많다. 어느 것이
나 정해졌다고 반드시 사는 것은 아니다. 많은 물건들을 뒤적거리며 고르다가 포기하는 사람, 고른 다음 선택하지 않는 사람, 참으로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요즘 방학을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학교가 한참이나 광고전쟁(?) 중이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학원들의 이름이 광고되어지면서 이렇게 많은 학원들이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쩌면 다 커버린 자녀 때문에 관심을 덜 가지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많은 여름
학교 프로그램의 광고를 보면서 부모들과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좋은 곳이란 어떤 곳인가? 반짝 세일을 하듯 나타난 교육기관들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빨리 세워지고 늦게 세워지고가 문제가 아니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지만, 잘못된 방법과 관습을 계속해 오고 있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객 감동’은 치열한 경쟁시대로 접
어들면서 기업의 생존전략과 직결되는데 고객의 욕구와 기대를 읽지 못하고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어떤 기업이든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그러기에 기업들이 앞 다퉈 체질을 개선하고 고객 실명제를 실시하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고객 감동에 맞춰가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기업환경이 변해도 고유 목적을 잃어서는 안된다. 강성소비시대라고 하지만 디자인이 화려하고 색상이 다양하다고 우수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은 소비자도 꿰뚫고 있다. 생산자가 주도하던 시대는 어지간한 불만족은 고객이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고객주도형 시대에는 경쟁사 제품으로 구매심리가 즉시 옮겨간다. 얄팍한 상혼 보다 상품의 질로 경쟁할 때 고객은
그 제품을 믿고 찾는다.

과일 하나를 살 때에도 얼마나 고르는가? 색깔을 보고 과일의 꼭지 상태를 보고 향을 맡아가면서 심지어는 잘라놓은 과일을 먹어가면서 고른다. 매사가 그렇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항상 우리들은 선택한 다음 후회하기 일쑤다. 내가 선택했다기 보다 선택되어진 일로 인하여 더욱
그렇다.결혼하기 전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결혼 후에는 한쪽 눈을 자주 감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어디 그러한가? 반대로 살아가지 않는가? 고르기를 잘 했어도 마지막 선택은 꼭 다른 것으로 하고마는 심리도 있지만 고르기와 선택이 같다면 더욱 좋다.

사람들은 흔히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곳이 그렇지는 않다. 교회는 시장이나 백화점이 아니다. 시장이나 백화점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에는 반드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모이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그것들과는 다르다. 교회사를 보면 사람들이 많이 모였던 교회가 온전한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역사하셨던 교회가 온전한 교회였던 것을 우리는 힘써 주목해야 한다.

예수님 시대에도 주님을 따랐던 많은 무리들이 주님의 제자가 아니었다. 주님이 그들을 모두 기뻐하시지도 않았으며 그들을 쓰시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나중에 자기들이 따르고 좋아하던 그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라고 빌라도에게 부탁하기까지 했다.그들은 헌신된 그리스도인들이 아니었으며 주님을 따라다니면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뜻과 목적
이 있었다. 식품을 해결하기 위해서 혹은 병을 고치기 위해서, 혹은 민족의 정치적인 해방을 구하는 등등 그들의 욕구는 다양했다. 그들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 아니었다. 단지 주님이 좋아서 따라 다녔지만, 주님이 고난을 당하게 되자 다 주님에게 등을 돌리고 말았다.
좋은 교회를 선택하는 것은 내가 섬기면서 좋은 교회로 만들어 갈 교회를 선택하여야 한다. 좋은 선택은 두고 두고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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