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염(感染)

2005-06-17 (금)
크게 작게
박치우(복식가)

‘감염’이란 말에 감 자는 느낄 감(感)인데 병균에 감염 된다는 말은 흔히 들어 보지만, 원래는 다른 풍습에 혹은 악습에 옮아서 감염된다 라고 쓰이며 또 불가에서는 방법(옳지않은 법)에 감염 된다는 말로 쓰였던것 같다.

여하간 우리 삶을 영위하는데 좋지 않은 것에 감염될까 우려되는 것이 너무 많다. 그 중 사람들의 혐오스런 행위나 옷차림에서도 감염되는 것 같다.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 대개는 처음 와서 쉽게 자리를 잡고자 대도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 일단 정착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지역에 사는 다민족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분위기가 낯설어 생각했던 미국과 너무 다른 분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누구나 느끼는 것 그대로라 구태여 무어라 설명이 필요가 없는데 그런 사람들의 옷차림을 한탄하는 에디터 B씨는 그것에 대해, 생업에 급급해서 의생활 문화권 밖에 있는 구제할 수 없는 옷차림이라고 했다.


요즈음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아무리 날이 더워도 그렇지, 남녀 할 것 없이 살을 그렇게 많이 드러내고 다녀야 되는지, 도대체 그런 차림으로 거리에서나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나라 어떤 문화권에서 살다 온 사람인가 하고 쳐다보게 된다.

적어도 한국에서 이민 온 우리 코리안 아메리칸은 그런 옷차림은 하지 않는다. 오랜 역사와 화려했던 문화 배경에서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예의 격식을 갖춘 의생활을 영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업에 급급하게 되면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예외 되지 않지만 그런 처지에서는 옷을 잘 챙겨 입는 것은 불요불급한 것으로 미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식대로 편한 대로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사회의 의생활 문화권 밖에서 구제할수 없는 옷차림의 사람으로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이 사회의 의생활 문화권이란 뜻은 어떤 우월한 계층 사회의 옷차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의생활 문화에서 강조되는 P.T.O.(장소와 때 그리고 환경)에 맞춰서 옷차림을 하는 의생활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생활권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는 뜻이다. 그런 사회 사람들과 동화되어 교환(交歡)할수 있도록 하는 어드밴춰를 하는 것이다. 이 사회 복식가들은, 사람들이 옷을 잘 입고 다닌 때를 1930년대로 꼽는다. 그 때 사람들은 영화 The Great Gatsby(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옷차림 같은 것으로 최절정에 달했었던 시대였었나 보다.

그런데 그 때 미국은 경제 대공황을 맞고 있을 때였다. 은행도 도산되어 사람들은 예금했던 돈을 찾으려 장사진을 쳤었다고 한다. 그런 어려운 때에 사람들은 어떻게, 왜 그렇게 옷을 다투어 잘 입었을까, 꽃봉오리가 열려지면 필 수 밖에 없듯이 시간적으로, 모든 옷이 영국이나 구라파에서 발상하여 신흥 대도시인 뉴욕에서 복식문화가 활짝필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틀림없는 사실은 그 시대만해도 남을 존경하는 하는 정신이 있었던 것이 첫째이고, 사업 그리고 취직난으로 남에게 더욱 성실하게 보이려는 사회적인 심리 때문인 것이라고 하였다.

지금 이 시대는 불경기니 뭐니 해도 그 때를 비교하면 훨씬 잘 사는데, 잘 살게 되어 사람 정신도 퍼지고 옷차림도 퍼져서 단정치못한 되는대로 옷차림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 감염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아직도 성실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옷차림은 이 나라가 워낙 넓어서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