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인관계를 원만히 하려면

2005-06-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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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희(컬럼비아대학 상담학 박사)

인간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명확할수록 좋다. 예를 들면 우리 모두가 시간의 여유가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시간 약속이나 전화 약속을 할 때, 될 수 있으면 정확하게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 본다. 그러나 “오후에 잠깐 들리지요” 라든가 “오전에 전화 드리
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오전은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의 다섯 시간을 기다리는 셈이 되고 오후도 이와 같다.

명확하지 않는 대화로 자녀와 부모와의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다. 즉 6일을 일하는 부모는 일요일을 염두에 두고 자녀한테 “주말에 내 차를 써도 좋다”라고 했더니 자녀는 금요일 오후에 부모의 차로 근교에 갔다가 일요일 밤에 돌아온 것이다.상담을 하거나 또는 특수교육과에서 의뢰한 학생에 대해 여러가지 자라온 정보를 받을 때 대단히 어려울 때가 많다. 즉 “XX가 말을 언제 처음 시작했지요?” 하면 “다들 하는 나이에 했지요” “정상이었어요” “제 형과 비슷했어요” 되풀이하면서 적어도 세번쯤은 물어야 바라는 (비슷한) 답을 얻게 된다. 외국 부모들을 인터뷰 할 때 보다 적어도 2~3배의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


▲꼭 집어서 말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즉 부인이 미장원에 가서 새로운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왔을 때, 남편이 실망을 했더라도 “지난번 머리 스타일도 참 좋았어” 하면 “머리 스타일이 왜 그리 촌스러워?” 하는 것 보다 훨씬 듣기 좋을 수가 있으며 눈치 빠른 부인은 곧 알
아들을 수 있는 방법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을 소개하면 상대방이 특별히 기분이 언짢았을 때는 다음의 방법으로 마음을 가볍게 해줄 수 있다.
▲먼저 선생님이 되지 말아야 한다. 언짢은 기분으로 말문을 열 때, 나이를 불문하고 선생님의 역할은 의식적으로 금해야 된다. 즉 “어떻게 하다가 그런 실수를 했지?” “…했으니까 그런 결과가 나왔지. 요 다음에 그럴 경우에는 이렇게 해” 등의 충고가 섞인 훈계 비슷한 말을 했
을 때 나이의 노소를 막론하고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학교에서 억울하게 선생님한테 야단 맞아 분함을 못이기는 자녀에게 “네가 그 아이한테 먼저 기분 나쁘게 했으니까 선생님이 너를 야단치셨겠지. 공연히 너한테 그러셨겠니?” 했을 때 자녀들은 더 억울함을 당하기 전에 입을 닫고 마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그 다음에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보고하거나 혹은 청소년이 되어 가면서 부모와는 거의 대화의 문을 닫게 되는 것이 상례이다.

발신자가 문제를 이야기했을 때 거의 100%는 수신자가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충고나 훈계를 했을 때, 수신자는 “당신이 잘못했오”;당신은 밤낮 실수만 하지 별 수 있어요?” 등의 정죄의 저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분함 걱정, 불안, 억울함, 또는 심히 무안을 당한 말을 발신자가 전할 때 수신자의 자세와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되도록이면 발신자의 눈과 마주치면서 신중한 태도를 갖고 그의 메시지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이다. 이는 무언의 메시지로써 “당신은 참 중요한
사람입니다” 또는 “나는 당신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편입니다” 하는 메시지를 발신자한테 주기 때문이다.
경청해서 들어주면서 위에서 말한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되도록 다 실토해서 그로 하여금 마음이 가벼워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동시에 그가 품고있는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혹은 앞질러서 서술하는 방법, 즉 “정말 속상했겠구나. 옆의 아이가 너를 먼저 밀었는데 네
가 야단을 맞았으니” 등등.
이와같이 대인관계, 가족관계를 좀 더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대화의 몇 가지를 잘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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