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나탈

2005-06-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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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기(롱아일랜드)

황우석 교수 팀의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급진전하면서 온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고 난치병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겐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미국도 부시대통령의 연구제한조치(2001년)가 설득력을 잃어가 의회에서 바리케이트를 제거하는 법안이 다수로 통과 되었지만 부시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해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60%, 윤리적으로 해선 안되고 현재처럼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4%로 거의 2배가 넘는 사람들이 적극적인 연구를 지지하고 있다.

인공수정에 사용하고 남은 앰브리오는 어차피 폐기 처분할 것인데 그것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많은 불치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어린아이의 탯줄과 피부에서도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고 그것들로 치료 가
능한 길이 있는데 배아줄기세포는 이미 생명과 같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생명 파괴라고 생각하는 건너기 힘든 시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낙태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오린 해치 상원의원(유타) 밋 로미(매사추세츠) 주지사들은 남은 배
아를 유용하게 사용 연구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킬러 추기경
(볼티모어)은 배아를 사용하는 것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며, 악용할 경우 인간과 짐승의
합성 괴물도 출현할 가능성도 있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거부권을
무효화 시킬 수 있을 만큼의 의원 수(2/3)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부 생명공학 연구가들은 연구비 지원 및 제한이 완화된 캘리포니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문 보도도 있어 주목되고 있다.

몇일 전 직장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가까웠던 친구를 방문했었다. 그 부인 얘기가 어디에 다녀오다가 남편이 도나탈에 들리자고 해 한참 생각했는데 던킨 도넛은 도나탈(진통제)이라고 해 한바탕 웃었다고 하는데 생각하면 웃을 일이 아닌 가슴 찢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몇 번의 수술, 방사선 치료, 진통제, 그런 과정이 그토록 명석했던 두뇌의 기능을 장해하고 있구나 생각이 되니 마음이 아파 왔다.
오랜 교회생활 하면서 환자들을 방문해 기도도 많이 했는데 막상 가까운 친구를 바라보니 기가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 따스했던 우정을 감사하며 겉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새롭게 하시고 힘되신 여호와를 바라보며 소망 가운데 잘 견딜 수 있게 해 주십시요”라는 기도밖엔 목이 메
어 더 계속할 수가 없었다.

서울 약대를 거쳐 일찍 도미해 20년 이상 서울의 약업신문 동아제약의 동아약보, 동아의보에 고정 칼럼을 실어 독자들의 좋은 호응을 받아온 재능있는 친구다.‘미국에서 본 미국이란 나라’라는 그의 저서를 읽어보면 그의 해박한 지식과 사건을 꿰뚫어 보는 혜안과 깔끔한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한다.

몇년 전 한국의 약사신문 사장으로 나가 있다가 발병이 되어 돌아왔다.
황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원숭이 실험을 해 나갈거라고 한다. U.S.A. Today에 의하면 황교수의 말을 인용, 10년, 빠르면 몇년 이내에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될런지도 모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심장, 폐, 신장, 간, 췌장, 척추 등 자기 세포를 키워 거부반응 없는 장기들로 손상받은 장기를 대체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겠는가.내 친구도 좀 기다려 이런 혜택을 받아 병석에서 일어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생자필멸(生者必滅), 누구든 언젠가는 가야 하지만 아직도 그가 해야 할 일도 많고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생각하니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창밖엔 꽃잎이 눈처럼 떨어지고 있는 때, 생사의 의미를 생각하며 깊은 상념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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