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은 지금 어느 수준인가

2005-06-15 (수)
크게 작게
이원일(우정공무원)

인생 삶의 목표를 로토 당첨에 맞추려는 사람들이 수백만달러의 확률에 기대를 거는 것도 천문학적 계산인데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있다. 바둑 경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행마로 이뤄진 일이 세계 바둑 역사상 한 번도 없었으니 로토에 매번 실패한 분들은 바둑을 두는 기사들의 마음을 헤아려 위로 받았으면 한다.

이러한 바둑 격언에 ‘자주 뒤를 돌아보라’는 말이 있다. 반상전투시 기분좋게 포위 추격할 때 들뜬 마음으로 뒤돌아보지 않으면 어디엔가 약점이 생겨 상대에게 허를 찔려 ‘닭 쫓던 개’ 모양으로 허망한 일전이 되고 급기야 패전의 경우가 된다.


쫓겼던 측도 돌아보지 않으면 상대의 허점을 발견 못해 스스로 승기를 잡을기회를 놓치니 피차간에 황금같은 격언이다. 뒤를 자주 보고 보완하는 쪽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국가 경영에도 앞의 격언이 예외는 아니다.

국가도 거시적 지표(하드)인 GDP(국내총생산)나 총수출입액과 경상수지에 비중을 많이 두다가 보면 마포바지에 바람 새듯 알게 모르게 재정이 위기상태가 되므로 미시적 지표(소프트)들도 잘 관리해야 된다는 것이다.
90년대 초 우리는 하드지표를 내세워 세계화를 부르짖고 국민들을 들뜨게 부추긴 나머지 국가는 모라토리움 직전에 봉착, 부득이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고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가계까지 아사 지경에 처하면서 삼복더위 때 보다 더한 호흡장애를 느끼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은 하드지표에 의하면 세계 12위 정도의 경제력 국가이다. 그런데 과연 소프트 지표까지도 이 수준에 있는가 알아본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고 아시아 사회정책센터(지역내 국가의 연금, 빈곤 및 보건의료)를 금년 상반기에 서울에 개소할 예정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0개 회원국-한국은 29번째 가입-과 12개 비회원국)의 전년도 조사 통계자료를 발췌해 본다.

1. 에너지 소비량은 GDP 1천달러당 터키, 아이슬랜드와 함께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며 가처분 소득이 최저 생계비를 밑도는 절대빈곤층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불평등)가 회원국 중 3번째로 높아 빈부 격차가 심한 현상이다.

2. 유학이나 어학 연수로 해외에서 지출(51억달러)하고 외국인이 한국에서 지출(1억5,000만달러)하는 교육 수지도 회원국 중 최다 적자국이며, 삶의 질 평가인 보건분야 정부지출은 26위, 과다 근로시간은 1위, 운수, 무역, 호텔, 음식 등 서비스업은 29위, 평균수명 24위, 공공서비스 분야
25위로 최하위권 수준이다.

3. 국내총생산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0.3%)은 26위이며 의료비 중 본인 부담금 비율(56%)이나 GDP 대 공교육비와 사교육비 부담이 회원국 평균치의 3배가 넘어 각각 최고 수준이다.

4. 세계 언론자유도 평가(정부가 반대 언론에 대한 관용도)는 139개국 중 48위이며 경제자유도(기업의 규제건수 및 시장 자율 기능에 정부제동 규모) 지수는 45위로 나타났다.


5. 국민연금은 은퇴 전 소득의 44%로 28위이고, 20년 뒤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 비율은 세계 1위(29%)가 되어 일본(28%) 보다 높을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2위, 이혼율이 8위로 최상위권 수준이다.

6. 노사협력 분야는 92위(93개국 중)로 최하위이고 국가 경쟁력에서는 22위(66개국 중)이며 국민 1인당 소득은(1만4,000달러) 49위, 국민 1인당 화폐소득 실질 구매력은 24위(비회원국 포함)
이다.

7. 자살공화국이라 오명받은 자살률은 회원국 중 1위(20~30대)이고 전체에 있어서도 헝가리, 일본, 핀란드에 이어 4위이나 불명예스럽게 증가율은 1위이다.

8. 인터넷 강국으로 자처하고 있는 정부기관의 인터넷 서비스 수준은 아시아의 대만, 싱가폴, 홍콩, 인도네시아, 중국 보다 못한 32위이다.
그 외에도 여러 부분의 조사 결과가 있으나 지면관계로 다 기록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다.국가 하드지표는 12위 정도 올라왔으나 소프트 지표상으로는 아직도 25~30위 범위이고, 국민 1인당 소득은 49위로 중위권 정도이니 우리 모두 다시 한번 겸허한 자세로 각자를 점검해 봤으
면 한다.

1977년 꿈에 그리던 100억달러 수출이 27년만에 25배가 넘는 2,542억달러(전년도)를 기록,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향후 한국경제가 살아남는 길은 기술개발과 품질 고급화, 브랜드 파워 제고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최악의 상태인 노사 관계가 속히 선진화 되어 기업의 경쟁력
을 높여야 하고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경쟁력이 있는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및 현대중공업 같은 기업이 몇 개만 더 나온다면 우리 경제도 선진국으로의 희망이 있고 고개를 들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