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인종혐오범죄, 묵과할 수 없다

2005-06-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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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의 베이사이드에서 7년 이상 살아온 한 한인은 지난주 어처구니 없는 봉변을 당했다. 집 앞의 드라이브웨이에 세워둔 차의 타이어가 새벽에 누군가에 의해 바람이 모두 빠져 주저앉은 채 발견되었던 것이다. 자동차를 자세히 살펴보니 타이어의 바람만 빠진 것이 아니라 차의 지
붕과 앞 뒤 문에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은 흠집이 나 있고 본네트 위에는 나치 문양의 스크래치가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형적인 인종혐오 범죄의 형태였다.

베이사이드는 뉴욕에서 가장 범죄가 적고 학군이 좋은 백인 부유층 지역의 하나이다. 한인타운인 플러싱과 인접한 지역이므로 일찍부터 한인들이 주거지역으로 선호했던 지역이며 최근 한인타운이 노던 블러바드로 이동하면서 베이사이드는 한인들의 주거지 뿐 아니라 사업 지역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한인을 타겟으로 한 인종혐오 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법적으로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인종혐오 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다루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인종혐오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남북전쟁 후 극렬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가 기승을 부렸던 남부지역에서는 1990년대 수많은 흑인교회들이 방화를 당했다. 얼마 전 베이사
이드에서 유대교회도 인종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베이사이드 지역이 급속하게 한인타운화 하고 있는데 반감을 가진 과격분자의 소행이라고 볼 수 있다.한인들이 기존의 미국사회에 진출하여 세가 확장될 때 인종혐오 범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형태의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예를 들어 한인 상가의 팽창으로 인해 시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뉴저지주 팰팍과 최근 에디슨 시장선거를 둘러싸고 발생한 아시안 비하방송 등이 이런 저항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그러므로 한인들이 기존지역, 특히 백인지역으로 한인타운이 확장될 때는 이러한 저항을 받지 않도록 커뮤니티의 주민들과 유대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최근 베이사이드에서는 한인교회의 확장 문제가 주민들과의 이슈로 등장해 있는데 이런 문제도 원만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베이사이드의 문제는 앞으로 롱아일랜드와 뉴저지 등 한인들의 수가 급증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한인들이 지역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종혐오 범죄가 발생한다면 범인을 색출하여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 베이사이드의 인종혐오 범죄사건에 대해 한인들은 당국의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여 이 지역에서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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