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는 죄인인가

2005-06-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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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뉴욕 6.25참전 유공자회 부회장)

6월이 오면 기억하기 조차 싫은, 그러나 잊어버릴 수 없는 민족의 아픔이 모두의 가슴에 새겨져 있으리라!그러나 적화통일의 남침을 맨주먹 붉은 피로 막아 지킨 조국은 지금 다시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동족의 손에 할퀴인 6.25의 상처를 추스리고 다시금 뭉쳐 당당한 대한민국으로 세계 속에
발전하고 도약하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국이 독립 반세기가 지나면서 허물어지고 있다.

얼마 전 뉴욕의 한○○목사는 방북해서 그곳의 방명록에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라는 성구를 당당하게 남기고 왔는데, LA지역의 평통 의장이 평양 방문 때 남긴 글은 “위대하신 김일성 수령…”이라 하니, 평통이 평양과 서로 코드가 통하는
곳일 줄이야! 이렇듯 나라와 단체의 지도자들이 조국의 정체성을 잃고 정신이 병들어 가고 있으니 금수강산 조국도 붉으스레 변하고 있는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피끓는 젊은이들이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고자 직장과 가정, 그리고 학업을 뒤로 하고 구국의 일념으로 전장으로 달려갔다. 미국을 위시한 UN 16개국의 도움을 받아가며 3년간을 치열하게 치른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은 1950년 7월 27일, 휴전이란 이름으로 정전하였고 그 당시 전쟁에 참가한 용사들을 우리는 6.25 참전용사라고 한다.


6.25를 통해 국군용사와 미군 등 UN 연합군, 양민 등 수백만명이 희생되었으며 생존했던 참전용사들도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많이 세상을 뜨고 현재 국내외에 약 24만명이 생존하고 있다.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남은 24만의 생존용사들 중, 국가의 정책에 따라 14만명은 국가 유공자로 인정되어 쥐꼬리만한 도움을 받고 있으나 나머지 10여만명은 전혀 유공자로 인정받지도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속속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규에 의하면 국가유공자가 되려면 반드시 전몰군경, 전상군경, 순직군경, 공상군경, 무공 및 보국수훈자, 6.25참전 재일학도 의용군 중 하나에 해당되어야만 한다. 즉, 전쟁의 진정한 최후 승자인 정상적인 생존용사들의 공로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죽거나 다치지 않은 것이 죄인가? 또 준다는 보상금이 5.18 광주 희생자에게 지급
되는 것의 절반도 안되는 월 6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생존 참전용사들을 자신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민주운동 운운하지만 6.25 참전용사 보다 더 큰 민주주의 사수 운동을 한 사람들이 있는가?

북에 대해 반공이라는 용어를 쓰기를 꺼려하는 위정자들, 주적이 없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영세중립국이란 말인가? 서해안 교전에서 전사한 국군과 그 가족이 죄인처럼 취급받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 사회 환경과 국가라면 그 누가 목숨을 바쳐 조국을 위해 싸우겠는가? 얼마나 서운하고 괴로웠으면 남편을 조국에 묻고 훌쩍 이민의 길을 택했을까.

남침의 원흉이 독립투사로 둔갑되고, 용공분자가 과거사를 파헤친다며 반공, 민주주의의 국가 정체성 마저 허물고 있다. 젊음을 바쳐 지킨 조국이 붉게 물드는 현실을 바라보는 노병들의 주름진 눈에는 전장에서 장렬히 산화한 전우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뒷돈 주고 마련한 정상회담으로 얻은 노벨상을 목에 걸고 김정일의 답방만을 목메어 기다리는 이 망북석(望北石)들이 과연 조국을 보위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고 우려가 된다.

통계에 의하면 해마다 1만2,000에서 1만5,000의 참전용사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향후 10년에서 20년 안에 모두 사라져 갈 참전용사들을 국가가 그토록 외면하고 있으니 55주년 6.25를 맞이하는 노병들의 심정은 심히 착찹하다.

만시지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50여년간 외면되어온 6.25 참전용사에 대한 국가유공자 인정과 그에 따른 예우가 있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해마다 소홀히 행해지는 6.25 기념행사를 다시금 6.25 정신을 기리고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전쟁을 대비하는 정신 재무장의
기회로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55년 전이나 지금이나 북의 적화통일 야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며 그런 적 앞에서 우리는 지금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남북한의 문제는 권력자들의 정권욕으로 인해 동포들에게 혼란과 고통을 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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