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2% 부족한 미국 학계에 새바람을...

2005-06-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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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2부 차장대우)

얼마 전 한인 1.5·2세들에게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역사적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한 웍샵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2개 파트로 나눠 진행된 웍샵에 초청된 강사는 모두 미국인 학자들.

강연장에서 한국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줄줄이 쏟아내는 미국인 학자들을 바라보며 기자를 비롯해 웍샵에 참석한 1세대 한인들은 한국에서 학창시절 달달 외우며 국사를 공부했던 것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왠지 2% 부족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한인학자가 강사로 나온 웍샵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한민족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으로서 `일본의 한국점령이 한국 근대화의 계기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거나 `일본해 표기가 잘못이라면 동해라는 표기 역시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미국인 학자의 발언을 그저 가만히 듣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물론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중립적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미국인 학자들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발언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웍샵에 모인 한인 1세들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어했다.

게다가 오히려 이들의 중립적 시각이 여기서 나고 자란 한인 1.5·2세들에게 더욱 설득력을 심어주고 동아시아 역사에 정통한 미국내 한인학자들이 거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나마 이런 웍샵이라도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어느 한인 1세의 한마디는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미국 대학에서 동아시아학과를 전공하는 한인학생들은 의외로 많다. 다른 전공학과를 공부하다가 이도 저도 안될 때 졸업을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비교적 친숙한 분야인 동아시아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반면, 진정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동아시아학과를 전공 또는 부전공으로 선택하는 한인 2세들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아직 미국 학계에 한인 동아시아 전문학자가 충분치 못한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한인 인력 배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미국인 학자들 대신 미국 학계를 주도해 나갈 한인 동아시아 전문가들이 많이 배출돼 그간 부족했던 나머지 2%를 채워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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