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확 바뀐 평통위원 인선

2005-06-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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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총영사관을 통해 3일 발표된 총영사관 관할지역의 평통위원 인선 내용은 과거의 인선과는 판이한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이번 12기 뉴욕협의회는 필라델피아 지회를 협의회 안에 통합했고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합쳐 모두 105명을 선정, 지난번 11기의 절반 가량으로 위
원의 수가 줄어들었다. 또 평통위원의 연령이 크게 낮아졌고 과거 여러 차례 평통위원을 지낸 사람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많이 영입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와같은 인선의 변화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평통위원이 하나의 특권으로 인식 되었고 심지어는 한국정치에 진출하는 디딤돌로 여겨졌다. 그리하여 한인들은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평통위원이 되기 위해 한국 정치인이나 영사관에 줄을 대
는데 부심했다. 그리하여 한번 위원이 되면 물러나지 않고 계속 연임한 사람들이 많았고 인선 때마다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평통위원이 미국에서 무슨 감투도 아니며 특권도 아니다. 대통령이 의장인 평통은 현정부의 통일정책을 지지 협조하는 기관이므로 특별한 경력이나 지식을 자격조건으로 하지 않고 누구나 위원이 될 수 있다.
이제 각 방면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 때 평통위원도 계속적인 연임으로 인한 특권의식을 없애고 참신한 인물을 기용하기 위한 이번 인선은 잘 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인선을 계기로 한인들의 사고방식도 매우 성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평통위원이 되려고 자천타천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인선이 끝난 후에는 늘 잡음이 따르기 마련이었으나 이번에는 인선과정의 잡음이나 후유증이 없이 조용했다. 이런 현상은
뉴욕 뿐 아니라 LA 등 다른 한인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들, 특히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인들이 평통에 목을 매던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힌 것 같아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평통 인선을 계기로 평통은 한국의 통일정책을 위한 자문기구일 뿐 결코 한인사회의 특권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평통 뿐 아니라 한국과의 특수관계를 특
권의식으로 착각하거나 한국정치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구태의연한 행태가 한인사회에서 불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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