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올 여름에는?

2005-06-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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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비록 며칠간 6월의 날씨치고 쌀쌀한 기온이 맴돌긴 했지만 낮에는 자동차를 탈 때마다 에어컨을 켜야 하니 여름이 오긴 왔나보다.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는 몰라도 요즘 학생들에게 여름이 과거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탐구 생활’을 충실하게 작성해야 된다라는 시대는 그야말로 구석기 시절 얘기이다.

사립이건 공립이건 학교들은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문을 열지 않는 여름 방학은 절대 동등하지 않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빈부의 격차가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이 여름 방학 기간 동안이다.


미국의 여름 방학 프로그램은 하버드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서머 프로그램에서부터 동네 수영장이 제공하는 수영교실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하지만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누구누구 아들은 공부도 잘하는데 너는 뭐하냐’라고 가끔씩 남의 자녀들과 비교하면서 야단치듯이 어린이들도 비교의 잣대는 있다.

친구가 뿌리를 찾고 오겠다며 비행기 타고 한국에 가서 한 달여 간 한국 대학 캠퍼스의 공기를 마시고 오는데 누가 동네 수영장에서 우물 안 올챙이 마냥 수영을 하고 싶겠는가? 친구는 올 여름 뉴햄프셔에 있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의 여름 프로그램에 등록해 대학을 미리 체험할 계획인데 누가 플러싱 동네 커피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겠는가?

미국에서 자녀들을 명성 높은 여름 프로그램에 등록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하버드 대학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여름 프로그램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4 크레딧짜리 코스가 2,000달러가 넘는다. 거기다가 기숙사 숙박비가 3,550달러이다.
물론 한인사회에 잘 사는 부자들 많이 있다.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더욱 많다.

5,000달러는커녕, 500달러가 아쉬워 눈물을 머금고 자녀들의 여름을 공립 도서관에서 보내게 하는 한인 학부모들이 너무나 많다.
대학생이 채 되기도 전에 빈부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니 자동차의 에어컨 바람이 그리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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