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라면

2005-06-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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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5월의 어머니날에 이어 6월은 아버지날이 있는 달이다. 아버지로서 얼마나 역할을 잘해왔는지 반성도 해보고 또 앞으로 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다짐을 이 달엔 해야겠다. 사실, 아버지란 집안의 중추 같은 위치에 있다. 한 집안에서 아버지가 흔들리면 온 집안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은 둘 다 저울에 달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 역할의 영역에 있어 조금은 다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란 부모의 역할은, 자녀들의 교육이나 자녀들의 장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
이므로 둘 다 똑같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어느 단체의 운동에 이런 말이 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참 좋은 말인 것 같다. 한 가정에서 아버지가 제대로 일을 하고 그 가정을 이끌어가야지 그 가정은 행복해지고 모든 것이 안정되어질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아버지가 제대로 일도 못하고 가정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없을 때 야기되는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 아버지는 어떤 아버지를 좋은 아버지라 할 수 있을까. 가정에서는 민주적인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민주적이란, 아버지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도 자녀들과 기꺼이 서로 토론할 수 있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아버지를 말한다. 물론 아내와의 사이는 절대 평등이다. 부부가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는 것을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민주적인 아버지가 되려면 말부터 고쳐야 한다. 아내에게, 또 자녀들에게 존칭어를 써주는 것은 민주적인 아버지로 탈바꿈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서로 존칭어를 써주는 인격적인 대화는 가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밑거름이 된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존칭어를 써주며 서로 얘기할 때는 그 화가 화로써 성립되지 않고 부드럽게 문제가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아버지들은 고래로 내려온 유교의 영향을 받아 권위적인 아버지의 역할이 몸에 베어 자녀들을 함부로 대하기가 싶다. 이것은 아버지의 권위가 아니다.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살리려면 모든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권위도 인정해 줄 줄 알아야 한다. 아내로서의 권위, 자
식으로서의 권위가 따로 있기에 그렇다.

나는 두 딸이 있다. 이제는 둘 다 성년이 된 나이로 별 문제가 없지만 한 때는 나에게도 어려운 때가 있었다. 이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다 겪는 일로 자녀들이 사춘기에 달하면 방황하게 되고 부모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하게 된다. 이럴 때 아버지가 잘 해야 자식이 비뚤어지지 않고 어려운 사춘기를 잘 보내게 될 수 있다. 작은 딸은 좀 고분고분하지만 큰 딸은 그렇지가 않았다. 큰 딸은 나랑 다툼이 시작되면 조금도 지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아주 고집이 센 아이였다. 큰 딸이 사춘기 고등학교 다닐 때 나는 큰 결심을 했다.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변함은, 바로 아이들에게 존칭어를 써주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존칭어를 썼다. 말의 힘이란 이렇게도 큰 것일까. 내가 아이들에게 존칭어를 써주기 시작하면서 아이들도 아빠에게 존칭어를 쓰기 시작했다. “학교 잘 다녀왔니!” 보다는 “학교 잘 다녀왔어요.” 어느 것이 더 부드러운가. “친구들하고 잘 놀다 와!” 보다는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지내고 오세요.” 훨씬 부드럽다.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존칭어를 쓰니 엄마도 아이들에게 존칭어를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정에서 말이 바뀐 다음부터 집안은 몰라보게 화목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너무나 아이들에게 인격적이지 못했던 아버지가 말을 바꾸면서 찾아온 기적 같은 변화였다. 이렇게 하기를 거의 10년이 돼 가는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어느 가정이건 아이들과 부모사이에 문제가 있다하면 아버지가 말을 바꾸어 보라고 권유한다.

벌써 아이들은 커서 20대가 되었다. 성년이 된 아이들에게 존칭어를 써주는 것 또한 너무 좋은 것 같다. 아이들도 이제는 아빠와 엄마에게 존칭어를 쓰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어떤 경우, 전화를 엿듣는 사람들이 내가 아내에게 존칭어를 쓰는 것을 듣더니 ‘닭 살이 돋는다’란
표현을 한 적도 있다. 그래도 좋다.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길이라면 닭살 아니라 그 무엇이 솟아나도 좋은 것이다. 6월은 아버지의 날이 있는 달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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