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김형욱 사건 발표의 의혹

2005-06-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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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1부 부장대우)

한국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김형욱 실종사건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김형욱은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의 지시에 의해 주불 거점 요원들과 이들이 고용한 제3국인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가 그 내용이다.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살해동기, ▲살해지시, ▲살해준비, ▲살해과정, ▲사후 조치 및 보고 등 과정도 상세하게 정리, 공개했다. 그러나 조사결과에는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부분 부분의 내용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사건 해결의 핵심인 ‘살해 및 사체 처리’ 부분이 “전적으로 신씨의 진술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이다.중간발표는 ‘살해 및 사체 처리“에 대해 당시 중정 연수생 신씨가 운전하고 외국인 2명과 김형욱이 탑승한 차량이 파리 교외 작은 마을을 지나 인적이 드문 장소에 도착하자 외국인 2명은 실신 상태의 김형욱을 차에서 끌어내 도로 우측 숲속으로 끌고 내려갔으며 ”그 후 약 30분쯤 지나 돌아온 이들 외국인은 신씨에게 김형욱을 도로에서 약 50 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머리에 권총을 쏘아 죽였고 시체는 낙엽으로 덮어 버렸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형욱이 살해되는 모습을 신씨가 직접 목격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조사결과이다.

중간발표는 또 “신씨가 승용차에서 외국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당시 총성을 못들었으나 나중에 돌아온 외국인들이 신씨에게 권총 실탄 7발을 모두 쐈다고 보고했으며 김형욱을 살해한 후 권총을 분실한 사실도 보고했으나 신씨는 신속한 현장 이탈을 위해 권총 회수를 포기하고 현장을 벗어났다”는 것이다.즉 신씨는 김형욱이 살해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을 뿐더러 죽은 김형욱의 시체도 보지 못했고 더 나아가서는 김형욱 살해시 사용했다는 권총이 실제로 발사됐는가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이다.

시체가 없고, 흉기도 없고, 심지어는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 증인도 없는데 “이유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동기만을 내세워 의문의 실종사건을 확인된 살인사건으로 둔갑시킨 위원회.꿰맞추기식 진상발표로 오히려 진실을 실종시킨거나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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