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극에서 찾은 우리의 정서

2005-06-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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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국학교의 ‘나무꾼과 선녀’ 공연을 보고

이재현(극작가/극단 ‘판’ 대표)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우리의 동포들을 만나게 된다. 낯선 고장에 적응해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고 또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의 2세들은 거의 조국을 잊고 우리의 언어마저 상실한 채 현지화 되어가는 것은 서운한 일이다.

미국에 와서도 그러한 느낌을 많이 갖고 있던 차에 뉴욕한국학교에서 공연한 ‘나뭇꾼과 선녀’(사진)를 보고 우리 고유의 설화를 통해 우리의 정서 속에 한껏 빠지는 어린 학생들이 마냥 대견스럽기만 했다.
우선 전문인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이곳에서 연극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언어권에 있지 않은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우리말 연극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연극은 우선 언어와 행동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출연한 50여명의 어린 학생들은 우리의 말을 훌륭히 했음은 물론 부채춤, 탈춤 등 우리의 고전무용까지 멋있게 선보여 흐뭇하기 그지 없었다.재외동포들은 누구나 우리의 문화를 간직하고 2세들에게 우리의 얼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
다.
그 첫째가 언어를 보존케 하는 것이고, 우리의 문화를 전수케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민속극 공연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이번에 뉴욕한국학교가 제대로 보여주었다.

물론 배경막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열악한 사정이 안타까웠고, 효과음악의 녹음 상태가 고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학교 연극으로서는 훌륭히 성공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출연자들이 거의 낭독형의 대사를 구사했고, 탈춤 등의 필연성이 극 구성상 결여됐다고 해도 얼마든지 다정하고 정겨운 시선을 보아줄 수 있었던 것은 1.5세도 아닌 거의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이 출연했다는 것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하나 아쉬웠던 점은, 이런 훌륭한 공연에 재외동포 교육진흥재단이나 한국문화원의 도움이 너무나 미약했다는 것이다. 재외동포들이 우리의 얼을 보존하고 문화를 전수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뉴욕에 있는 한인회나 많은 직능단체 사회단체들도 이러한 공연을 적극 지원하는데 시선을 돌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이민 또 한 세기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 2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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