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플러싱 공영주차장 한인상권의 자존심

2005-06-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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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수(취재1부 부장대우)

플러싱에 대한 첫 이미지는 뉴욕의 특별한 동네였다.뉴욕 외곽지역에서 살다 신문사에 입사한 후 취재차 혼자 처음 찾은 플러싱은 백인을 보기가 더 힘든 뉴욕 속의 색다른 동네였다.

한국 식당이 곳곳에 들어서 있고 한인 상점도 많으며 콩나물이나 두부를 퇴근하면서 사다가 저녁 반찬으로 요리해 먹는 한국과 같은 곳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도미 후 뉴욕 업스테이트에서만 살아온 기자에게 말로만 듣던 플러싱의 첫 인상은 한인들이 주를 이루고 사는 동네로 보였었다.


플러싱 키세나 블러바드, 메인스트릿 그리고 유니온 스트릿 곳곳에 한인이 운영하는 상점들이 즐비해 있어 색달랐던 플러싱은 향수를 되살려주는 동네로 다가왔다. 또 플러싱에 사는 한인들을 만나면서 한국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편리한 동네라 떠나가기 싫다는 플러싱 예찬론을 전해 들었다.

그러던 플러싱 스트릿의 블록 블록들이 슬며시 타 민족의 거리로 바뀌고 있다.키세나 블러바드의 한인 업소들이 하나둘 자리를 이동하면서 그 거리에 있던 한인 단체 사무실, 회계사, 변호사 사무실 등도 하나 둘 씩 빠져 나갔다. 플러싱 루즈벨드 애비뉴 사우스의 메인스트릿 선상의 마지만 한인 야채 상점이었던 메이플 애비뉴 그린팜 마저 중국인의 공동구매
로 사라졌다.

그나마 죽어있던 공영주차장 주위가 한인 업소들이 들어서면서 번창하게 발전, 한인 타운 중심이 되었다. 지난 20여년간 공영주차장 주위를 발전시킨 주역은 바로 한인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인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이곳은 다시 단장되고 중요한 상가 지역으로 부상했다.

이런 플러싱 공영주차장 주변 한인 상가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공영주차장에 빌딩을 세우자는 계획이 나오면서 중국 돈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는 소문도 무성하다.공영주차장 개발을 반대하는 한인 소상인들은 “중국인 특유의 방식으로 한인들이 일궈온 이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같은 세금을 내고 발전에 기여하는 한인 상권을 도시의 개발정책으로 놓칠 수 없다”고 힘을 모으고 있다.

물론 노던블러바드를 따라 베이사이드로 한인 업소들이 이동하고 있지만 뉴욕시 전철역에서 떨어지고 주차 공간 문제로 지금까지의 플러싱 한인 타운 만큼의 세력을 가질 수 있을 지는 아직 의문이다.

광개토 대왕 시절 멀리 만주까지 한국 땅으로 뻗어나갔던 한민족의 용기와 힘이 이번 공영주차장 반대 집회에서 다시 솟아나올 수 있도록 힘을 합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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