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회가 밝아지려면

2005-05-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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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원(전 뉴욕 퇴계학회 회장)

세상이 점점 혼탁해져 가고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남성들을 뒷받침하는 여성들의 ‘넓은 의미의 모성애’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사회의 분위기도, 가정의 분위기도 알고 보면 여성이 좌우한다.

남성들이 사회 전반의 일꾼으로서 활발히 행동하는 것이 전부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넓은 의미에서의 모성애를 발휘하는 여성들이 근본적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사회의 주인격으로 자리잡은 사람들이 부정, 부패, 배신에 물든 상태라면 그 근본뿌리가 그들이 접한 모성
애와 사회 전반에 걸친 넓은 의미의 모성애에 결함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전체가 넓은 의미의 모성애를 충분히 발휘하여 그 영향이 사회 전반에 깊숙히 미치는 그런 사회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에는 부정, 부패, 배신이 없고, 따라서 선량한 국민만이 사는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남녀평등의 올바른 의미는 결코 남성들의 여성들에 대한 동정심이나 양보심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남녀평등은 여성은 여성의 특성을 살리며 여성다운 데서 찾아야 한다.
여성다움의 대부분은 자녀에 대한 모성애와 사회 전반에 걸친 넓은 의미의 모성애를 발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자녀들에게 세속적인 부와 귀를 이룩하는데 유능한 어머니로 등장하는 것 보다는 모성애가 전부인 사랑의 화신으로 나타나는 것이 그 자녀를 옳게 길러내는 길일 것이다.이룩할 수 있는 부와 귀를 외면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어느 것이 먼저냐 하는 것이 초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미묘해서 후자를 존중하면 전자인 부와 귀가 더 쉽게 얻어질 것이다.시인 노천명(1913~1957)이 쓴 시 중에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라는 제목이다.

좮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내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삽살개는 달을 짓고/나는 여왕보다 행복하겠오.

현재의 한국여성이 이 시를 읽으면서 어떤 느낌을 가질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고개를 젓고 입을 삐쭉 거리리라는 생각이 든다.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 “나는 여왕보다 행복하겠오”.

이 얼마나 배포가 크고 풍부하고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넓은 의미의 모성애로 가득찬 여인상의 모습인가. 이 시가 남녀평등을 무시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이고 여성들의 패배주의를 부추기는 시라고 생각해도 오해이다. 이러한 여성의 모습이야말로 남성과 당당히 겨루어서 부와 귀를 창조할 수 있는 용기있고 지혜로우며 진정한 모성애를 발휘하여 그 자녀들을, 또 넓은 의미의 모성애를 발휘하여 그 사회를 깨끗하고 명랑하게 하고, 또 그 품속에서 자라고 숨쉬는 사람들은 부정, 부패, 배신을 모르는 일등 국민이 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여성들이여, 넓은 의미의 모성애를 발휘하는 화신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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