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포괄적인 이민개혁법안의 통과를 기대하며

2005-05-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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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1부 기자)

반 이민 광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설마 했던 ‘리얼 아이디 법안(Real ID Act)’이 지난 11일,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종 통과된 것이다. 이로써 시민권자, 영주권자, 조건부 영주권자, 체류기한이 유효한 비 이민 비자 소지자 이외에는 그 누구도 미국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돼
서류 미비자들이 설 땅을 잃게 됐다.

리얼 아이디 법안 통과에 대한 이민자 단체들의 반발은 배신감에 대한 분노 그 자체였다. 뉴욕이민자연맹(NYIC)은 11일, 지난 10년간 통과된 법안중 이민자 커뮤니티를 가장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반 이민법이 통과됐다며 특히 ‘미군과 쓰나미 희생자들을 돕는 응급
예산안(2005 Emergency Supplemental Appropriations Bill)’에 리얼 아이디 법안을 포함시킨 것은 의회가 이민자 커뮤니티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동안 리얼 아이디 법안 통과 저지운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해 온 청년학교는 ‘하원 368대 58’, ‘상원 만장일치’, ‘상원통과 하루 만에 부시 대통령 서명’ 이라는 급행통과에 대해 이는 부시 행정부의 소수계 이민사회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실망과 함께 큰 우려를 표하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리얼 아이디 법안이 최종 통과됨에 따라 체류신분을 이유로 운송업계 등에 종사하고 있던 한인
운전자들이 당장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에 청년학교는 서류 미비자들에게 별도의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고 있는 테네시 주의 정책을 뉴욕 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와 운동에 돌입했다.

이 처럼 리얼 아이디 법안은 운전면허 취득의 원천 봉쇄라는 문제를 넘어 미주 한인사회 전체의 경제지반을 흔드는 진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류 미비자들의 합법화를 골자로 하는 ‘포괄적인 이민 개혁법안’이 12일, 연방의회에 상정 이민사회에 새 희망이 되고 있다.
이 법안은 공화당의 존 맥케인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초당적인 차원에서 공동발의, 논의를 마친 것이기에 기대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은 미국 내 서류 미비자에 대한 대 사면과 연 40만 명의 외국인 비숙련 근로자들의 입국을 허용, 영주권 취득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한다는 등 반가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는 결국 이민쿼터를 합법적으로 늘려 서류 미비자의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로 이민자 단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리얼 아이디 법안의 통과로 절망에 빠진 서류 미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상정된 ‘포괄적인 이민 개혁법안’이 이번 회기 내에 의회를 통과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는 자신이 원해서 서류 미비자가 된 사람은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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