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생뚱맞은 고객 감동

2005-05-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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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대우)

“고객님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포 가정의 꿈을 실현시켜 드립니다.” 한인 은행들마다 고객 유치를 위해 요란하게 내세우고 있는 광고 문구들이다. 하지만 요즘 이같은 광고를 접할 때면 기자는 약간은 생뚱맞은 표정으로 ‘정말?’이란 물음이 저절로 나온다.
최근 은행들의 영업 행태를 보면 정말로 은행들이 고객 감동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지 의문을 감출 수 없다.

‘수익성’이 은행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각 은행들은 인력 소모와 처리 비용이 많은 단순 업무는 뒷전으로 미룬 지 오래다.
계좌 유지를 위한 최소 평균잔액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가 하면 이전에 없었던 수수료 항목 신설에 바짝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소액 예금에 대해서는 아예 계좌 개설을 해주지 않거나 각종 규정을 강화하고 벌금 항목을 늘리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은행들은 갈수록 더욱 규모가 큰 예금자나 거래액이 많은 고객에 대해서는 극진한 대접을 베풀어 가며 앞다퉈 모시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마다 소위 VIP고객들에게는 이자,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우대해주는가 하면 정기적으로 골프 접대도 하고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객실도 마련해 놓고 있다.결국 부자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발생한 손실은 서민 고객에게 번 돈으로 보전하는 셈이 되고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은행들이 선택한 ‘수익성 우선 경영’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또한 이윤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기업인 은행들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일일이 따질 순 없다. 하지만 일반 고객과 우수고객들을 지나치게 차별 대우하면서까지 수익성에 목을 매는 은
행들의 영업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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