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러기네 가족

2005-05-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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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뉴욕가정상담소 카운슬러)

5월에는 어머니날 등 가정과 관련된 날들이 많다. 아름다운 계절만큼 아름다운 부모님의 사랑과 가정을 생각하는데서 정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5월에 가족 모두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이곳의 한인 가정을 생각해 본다.

오늘날의 가정은 한 부모 가정, 주말 부부, 노인 단독가구, 동거 가족, 동성애 가족, 공동체 가족등 여러 가족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이 중에서 한 부모 가정은 전체 가정의 10%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이혼이나 조기 유학 경험의 예를 예전 보다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 현
실이다.


얼마전 우연히 한국의 부모님과 떨어져서 유학하고 있는 초등학생 몇 명을 만난적이 있다. 한 여자 아이는 영어 교육 등 좀 더 낳은 교육 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부모와 떨어져 이 곳의 친척 집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는데, 또래의 친척 아이가 친부모로부터 받는 사랑과 관심을 비
교하게 되면서, 자신이 친척 어른들로 부터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이러한 스트레스로 무척 예민해져 있어 보였다.

또 다른 남자 아이는 어머니 하고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아빠로 부터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어서 경제적으로는 여유로와 보였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버지의 존재와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 아이는 어떻게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기유학으로 기러기 가족을 만드는 이러한 현상은 많은 한국의 부모님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식만은 잘 키우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서울경제신문 2월 1일 자료에 따르면, 조기 유학생 수는 96년 보다 3배 가량이 증가했고 해외교육비로 지출되는 액수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러한 조기유학생의 증가는 한국의 교육면에서의 경제적 균형 문제 뿐 아니라, 한부모만 살게되는 가족의 구조, 가족의 역할과 기능, 가정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실제로 기러기 아빠의 경우 아빠로서의 역할이 경제적인 지원에만 제한되고 어머니는 자녀 양육의 전담자로서의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부모의 역할이 제한되게 된다고 한다.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지 못하고 어머니하고만 생활하기 때문에 남자로서의 역할 모델의 부재와 함께 여성화 될 우려가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함께 함으로써 가정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귀한 경험들을 놓치기 쉽다.

가정은 인간 생활의 기본 단위로 인간의 생물학적인 기본적 욕구에 대한 배려를 할 뿐 아니라 정신적, 도덕적 가치를 보존하고 교육하는 곳이다. 또한 부부간, 부자간, 형제 자매간의 관계 형성을 통하여 사회화를 배우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교육의 장소이다.

한 아이가 건강한 한 어른이 되기 위하여, 부모로 부터 받는 사랑과 돌봄, 교육 등은 참으로 귀하고 큰 것이다. 부부가 떨어져 있음으로 해서 오는 가족간의 의사소통의 부재는 이혼등의 여러 가정 문제 요인
을 갖고 있다. 조기 유학을 와서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사례들도 있지만, 기러기 가족을 꿈꾸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좀 더 나은 제도 교육을 받게 하는 이면에 부모와 함께 하는 안정된 가정 환경속에서 발전할 수 있는 자아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우려가 있음도 생각해 보아
야 할 것이다.

변화된 가정 형태에서 어떻게 가정의 가치를 전수하고, 사회와 인류에 참여할 건강한 인간을 키우는데에 가정과 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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