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일이면 늦으리

2005-05-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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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업(필라델피아)

나는 고등학교 때 영어교과서에서 벤자민 프랭클린(1704~1790)에 관한 일화를 배웠다. 그가 일곱살 때 일이다. 그는 너무나도 갖고 싶었던 호각을 사가지고 온 집안을 그것을 불면서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자랑했다. 하루는 형제가 “그 호각을 얼마 주고 샀니?” 하고 물었다. 프랭클린은 자기가 산 가격을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형은 그 호각의 값이 얼마인데 그렇게 비싸게 샀느냐고 핀잔을 주고 바보라고 놀려댔다. 아마도 1달러짜리를 10달러 정도를 준 것 같이 느껴진다.

그 후 자기가 산 그 호각이 너무나 비싸게 준 것을 알고 그 어린 나이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 호각을 가지고 싶었던 그는 앞뒤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덜컹 사가지고는 집안에서는 물론이고 온 동리를 뛰어다녔으리라.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무엇을 할 때마다 ‘나는 호각을 비싸게 주고 사지는 않는가?’ 하고 생각을 거듭하곤 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말고는 그렇게 공직은 물론이고 사회사업을 많이 한 사람은 그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평생을 이 호각의 교훈을 새기며 그 시대를 살아갔다.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 때도 “나는 호각을 또 비싸게 사고 있는 것이다”라고 자신을 타일렀다고 한다.

결혼을 할 젊은이들이 너무나 호각을 비싸게 사는 것과 같이 경솔한 결정을 하고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부부가 불행으로 헤어지는 예도 허다한 것이다.그는 미국 독립선언서에 서명도 한 정치가일 뿐만 아니라 피뢰침과 번개를 연구한 과학자이며 작가였다. 그는 하모니카도 만들었고 현재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섬머타임도 그가 제창한 것이다. 실행은 나중에 되었지만.그는 또 격동의 식민지에서 독립에 이르기까지 정치, 외교, 경제, 교육, 출판, 화폐 도안 등등 그 시대의 수많은 건국 초기의 일에 활약하면서 하늘이 준 계명과도 같이 지킨 것이 있는데 그것은 최상의 무기로 ‘정직’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많은 학식과 인격, 오랜 세월 동안 터득한 그 탁월한 경륜들이 정직하지 못한 탓으로 그들의 위치에서 밀려나는 일이 고국에서는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가!국가를 운영하며 참으로 국제동향을 예시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훌륭한 인재가 이 정직함을 저버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으고 투기자로, 도덕성의 문제로 지탄을 받으며 사라져가고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그들은 이 정직함만 지키면 국민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자기가 소신을 갖고 하는 일이 겨레의 앞날에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 모든 것을 잃고 불명예의 골짜기에 처박히고 있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고,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나라를 이끌어가는 일에 헌신할 수 있음에도 부정부패의 낙인을 받고 사회에서 퇴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청문회가 있다 하면 근래에도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또 국제감각을 지닌 탁월한 인재들이 정직한 인물이 되지 못하여 국민의 웃음거리가 되어 퇴장을 당하니 본인 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만한 인격을 갖추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을 했으며 세월은 또 얼마나 필요했는가! 평생을 통하여 이룬 그 자신의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마니 정직이란 정말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가.

최근에는 정직 그 자체여야 할 대사로 발탁된 사람이 교묘히 법을 어기면서 막대한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나 시민단체들이 당사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임해야 된다고 아우성이다. 역대 대통령의 아들과 사위들이 정직하지 못한 탓으로 아버지인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누를 끼치고 감옥으로 줄줄이 들어간 일들이 있지 않았던가. 그들이 정직하지 못한 짓을 했기에 법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미국의 대통령 중에서도 국민들에게 정직하지 못한 일들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눈물 흘리며 그 직책에서 물러난 일도 있지 않은가. 그것은 사회가 원하는 정직이란 원리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300년 전 프랭클린은 그의 직책을 수행해 오면서 터득한 만고불변의 진리가 개인이든 공인이든 그 사회에서 살아가면 이 ‘정직’이 없이는 안된다는 것이었다.물론 정직한 위정자, 관리들이 각계각층에 청렴결백한 지도자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경제도 발전하고 사회도 유지가 되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하였다. 아주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말을 지키지 못하여 낭패를 보는 일이 우리의 일상 삶 안에서 얼마나 자주 부딪히게 되는가. 이 말은 내일이면 늦기 때문이다.호각에 대한 교훈과 최상의 무기는 정직, 그리고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검증된 그의 처세를 나는 내 자식과 또 그 후대에도 전하기 위해 모범을 실천하며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내일이면 늦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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