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거사 왜곡하는 일본 역사교과서

2005-05-04 (수)
크게 작게
김종율(교육학박사)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동남아 특히 한국과 중국을 격분하게 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6년도부터 사용될 새 국정교과서가 나오면서 문제는 더욱 확대되었다.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지난 4월 초순 일본과 국교를 맺은(1972년) 이후 수십만에 이르는 최대 규모의 반일 데모가 각처를 흔들었다. 이렇게 반일 감정으로까지 가게 된 것은 현 일본정부가 검인정한 역사교과서가 해를 거듭할수록 침략에 관한 내용을 왜곡하거나 희석하고
있기 때문이다.일본정부는 현재 매 4년마다 7~8개의 역사 교과서를 검정 후 승인하고 있는데 이번 출판된 2006년도용 교과서는 2002년도와 1997년도 판에 비해 헌져하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월 17일자 보도에 검정된 교과서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52%) ‘도쿄 쇼세기’ 출판 책을 예를 들었다. 이 책에서 위안부 문제를 취급하면서 많은 젊은여성들이 전쟁터로 강제로 끌려갔다고 1997년 판에는 언급되어 있으나 2002년과 2006년도 판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징용문제에 대해서는 1997년도 판에는 전시에 약 70만명이 강제 징발되어 노동에 종사했다고 되어 있으나 2002년도 판에는 숫자의 언급이 없고 2006년도 판에는 ‘강제’라는 단어를 삭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본 보수파가 주축이 되어 출판한 “새 역사교과서”이다. 이 교과서는 일본의 대륙 진출은 침략에서가 아니라 서구세력을 축출하려는 목적이라고 기술하였다. 그리고 남경 대학살, 위안부 문제 등 어두운 면은 모두 취급하지 아니했다. 이와 같은 왜곡된 내용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특히 일본 역사교과서 평가를 위한 한 국제학자회는 이 책은 역사교과서로서 부적당한 가치 없는 책이라고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들은 “이 역사교과서는 정의, 진실이 결여되어 있으며 태평양권의 평화를 조성하는데 필요한 가치관을 부정하고 있다”고 선언하였다. 일본 국내에서도 많은 역사학자 교육자들이 이 책을 반대하고 있으며 특히 식민지 정책을 아시아 국가를 위한 해방정쟁이라고 미화한 것을 맹렬히 비난하였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격분하게 한 근본 이유는 일본정부의 전후 피해국가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이다. 그들은 식민지 야욕과 전시의 만행을 시인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의 정당성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어린 소녀시절 정신대로 끌려가 일생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자들에게나 강제로 징용되어 공장이나 광산 등지에서 혹사당한 자에게도 성의 있는 사과나 개인적 보상이 없었다. 오히려 지금도 일본에 남아있는 후손에게는 차별대우로 보상을 하고 있다.그들은 한일합병이 한국을 현대화로 발전시키겠다는 궤변을 토하고 있다. 문화정책을 썼다고 하였으나 모든 학교에서는 한국말을 완전 일소하고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문화 말살정책을 썼다. 옥토는 그들이 거의 다 몰수하고 농민으로부터는 공출이라는 명목으로 가을 추수의 거의 반을 빼앗아 갔다. 그 외에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놋그릇, 심지어 숟가락까지 바쳐야 했다. 이런 강탈행위에 대해서는 사과나 보상은 물론 언급 조차 없다.

일본은 지금까지 어휘 등 외형 문안에 신경을 쓰며 성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피해 왔다. 그 반면 독일은 대조적이다. 1949년 서독이 설립된 후 아데나워 독일 수상은 먼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우선문제로 채택하였다. 그 결과 1953년부터 시작하여 1987년까지 유대인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이 720억달러(DM)라고 한다.지난 1월 25일에도 슈뢰더 독일수상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희생자 추모회에서 독일은 그들이 저지른 과거에 대해 강한 책임감과 동시에 겸허한 태도로 이 무거운 죄값을 진다고 거듭 사죄하였다.

일본도 이제는 그들 특히 보수파들이 가지고 있는 대일본 제국에 대한 가공의 정체성을 버리고 어두운 과거사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바른 역사교육을 시키기 위해 균형있는 교과서를 편성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정부의 책임인 것이다.자기 나라에 자부심을 가진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공개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러나 교육은 미래를 명시한다. 그들이 자라면 아픔을 되새기고 양심과 휴매니즘을 토대로 인류사회를 발전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