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에 사는 한인노인들

2005-05-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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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뉴욕가정상담소 부소장)

미국에서 1937년도의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400만이였는데 비해 지금의 노인 인구는 3,700만이라고 한다. 또한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서 은퇴하고도 25-30년 이상을 더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85세 이상의 노인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20대 초반에 미국에 와서 겁없이
허둥지둥 살아오다가 곧 노인이 되어가는 현실 앞에서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게 된다.

자식을 따라 미국에 오신 많은 분들은 대부분의 연세가 80이 넘으신다. 경제적으로 자리잡느라고 바쁘게 일하는 자식들을 돕기위해 대부분의 우리 부모님들은 미국에 오셔서 손자 손녀를 키워내면서 초반의 노년을 거의 다 보내셨다. 손자 손녀 다 키워놓고 나면 이제는 도움이 안되는 노인으로 스스로 생각하시거나 자식들로부터 부담스런 존재로 취급당하기도 한다고 한다. 80세가 넘어서부터는 고혈압, 당뇨병 혹은 아픈 허리와 아픈 팔다리로 고생하신다. 플러싱 근처의 물리 치료소에 가면 한국 노인분들로 만원인 것을 본다.


플러싱 근처에 사시는 노인분들은 아주 다행한 분들이라고 한다. 아프시면 한국의사한데 걸어가시고 한국말로 약도 타오신다.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가까운 한국식품점에 가신다. 그러나 문제는 외지에 사시는 노인분들이다. 자식이 데리고 가주지 않으면 집에서 창살없는 감옥같은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분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힘들 것이다. 많은 노인 분들이 우울증에 걸려 계신다. 사는 것에 활력을 못느끼신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를 찾거나 상담을 받는 분들은 거의 없다. 그 분들의 몸은 아픈 곳이 더 많으시다.

노인분들의 삶에 행복을 느끼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다음으로 “자립심”(autonomy)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활에 관련된 것에 대해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고 남들의(대부분 자식들) 결정에 따라 살아가야 할 때는 사는 재미를 못 느끼신다. 부모님께 “이제는 저희들이 다 알아서 해 드릴테니 아무 걱정 마시고 하라는대로 하시면 돼요” 하는 말은 효성스런 것이 아니다. 조그마한 것에도 늙은 부모에게 의견을 묻고 또 의견을 반영해 드리도록 애쓰는 자식이 효자다.

그 다음은 그분들의 사회성(social network)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만나서 대화하는 친구와 친지들이 많고 그리고 짜여진 계획이 많을수록 그 분들은 삶의 만족감이 높아진다. 이 일을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우리가 가족, 친지들과의 관계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잘 맺어왔나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후세대 들이 그분들을 고려해 드려야한다. 이 일은 교회가 할 수 있다고 본다. 큰 교회와 중간 크기의 교회만 해도 비용을 들인다면 귀하고도 보람된 일을 할수 있지 않을까?

매주 “노인대학” 혹은 “데이케어”을 운영해 준다면 외지에 사시는 노인분들의 삶에 큰 활력을 심어드리는 계기가 될텐데 하고 생각해 본다.
노인 아파트에 사는 어느 노인분께서 “우리는 오라는 데가 없어 못가지… 초대해 주는데만 있으면 신이 나서 기다려지고, 꼭 간다” 라고 하였다.

노인학을 강의하는 어느 교수는 “우리 젊은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성’(sexual issue)잇슈가 있다”는 것을 전혀 이해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고 했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서로 좋아하고 파트너가 생기면 자식들이 나서서 짝을 맺어줄 열린 마음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년의 삶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 분들의 삶을 보살피는 책임과 의무가 후손들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우리 한인가정이 되고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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