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한인회 총회 유감

2005-04-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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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웅길(뉴욕한인총연합회 직전회장/조국광복 제60주년 뉴욕기념사업회장)

뉴욕한인회는 뉴욕한인을 대표한다. 역사를 존중하는 뉴욕한인회의 회칙이다. 따라서 뉴욕한인회 총회는 뉴욕한인과 한인사회를 대표하여 중대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이다. 총회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항은 회칙 개정과 회관매각 등 그야말로 뉴욕 한인동포사회의 주요
사안이다.

그런데 이 총회가 의제도 없이 오직 새로 만든 회칙만을 인준하는 해괴한 모임으로 둔갑됐다. 의제가 없으니 토의가 있을 리 없다. 총회에 모인 사람들은 대개 노년층이었는데 의장인 한인회장은 인준 동의를 기립으로 요청했다. 총회 시작 전 음식이 제공됐고 경품추첨도 진행됐다.뉴욕한인회 총회의 성원은 300명 이상으로 성원된다. 지난 한인회 역사에서 총회는 인원 동원을 위해 행사를 곁들여 진행되어 왔다. 울먹이는 듯한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총회 아닌 총회는 회칙개정안 마련 노고를 스스로 치하하여 전직회장의 개정안 준비과정 설명에 온 시간을 할애했다. 차기를 이끌고 나갈 당선자의 순서도 식순에 없었다.


내일 모레면 뉴욕한인을 대표하여 행정을 책임질 대표자의 소견이나 정책방향 발표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더우기 황당한 것은 토의 없는 인준처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사들의 발언권 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막판에 의장에게 사정하다시피 하여 그나마 발언할 기회를 가진 인사들도 막무가내 야유와 호통에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기억 상실일 지경이었다.

뉴욕한인회 총회가 임기 며칠 남지 않은 회장의 말장난으로 처리되어서는 안된다. 회칙은 회를 운영하기 위한 기본이며 규정이다. 모든 행정이 이로부터 비롯됨은 상식이다. 때로는 현실과 운영에 효율을 기하기 위해 회칙이 개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정과 제정은 다르다. 개정에도 부분과 전면 개정이 있지만, 이번과 같이 기존회칙이 전면 무시된 황당무계한 회칙 제정은 전례에 없었다.

회칙 개정은 지난 뉴욕한인회에서 9차례나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뉴욕한인회는 발전해 왔다. 기존회칙은 존중하며 심사숙고해 온 결과다. 그러나 지난 45년 뉴욕한인회 역사에서 회칙 개정안이 인준으로 처리된 경우는 없었다. 뉴욕한인회가 다른 단체로 바뀐 것도 아니고, 그동안 회칙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도 별로 없었다.구속력은 없다 하더라도 이 살벌한 미국사회에서 뉴욕한인동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대변단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에 우리 동포들은 뉴욕한인회를 존중하고 있다. 그러므로 뉴욕한인
을 대표하는 단체의 총회는 매우 소중하다.

참석하기에 노력해야 하고 상정된 중요 의제는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물론 회의에서는 소수의 바른 의견이라 할지라도 민주 다수의 가결로 통과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규모에 상관없이 반드시 의제가 있어야 회의가 성립되며 최소한 찬반을 물어 결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정도 아닌 전면적인 새 회칙 개정이 의제도 없는 총회에서 의결사항으로 둔갑했다.

순서지에는 의결사항으로 괄호를 쳐 회칙개정안을 넣었지만 입장시 나누어 준 무료 식사권이란 경품권에는 회칙개정안 인준으로 새겨졌다. 현 집행부가 어떻게 해서라도 통과시키면 상책이라는 셈이었던 것일까.회칙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오직 인준만을 외친 바 통과된 것처럼 꾸며졌다. 그렇더라도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정상적인 총회로 인정될 수도 없다. 이번 총회가 의도적이든 어쨌든 요식행위를 거쳐 끝났다고 여긴다면 이는 잘못이다. 그리고 그 회칙 내용에는 미국법과 규정에 위배되는 사항도 있다.

바쁜 이민생활을 핑계로 무관심한 동포들도 문제지만 동원이 어렵다 하여 음식 제공에다 경품까지 붙인 이번 총회는 역사에 없는 꼴불견을 연출했다.앞으로 우리 동포사회는 의제 없는 총회에서 새로운 회칙이 인준으로 마무리되는 무지가 통용될 지도 모른다. 발언권이 없는 총회가 만발하여 기립박수로 대표자를 선출할 판이다. 경륜과 연륜이 발언을 막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진정한 우리네 경로사상과는 거리가 멀다.
뉴욕한인회의 위상은 실천적인 사업과 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회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 중심지 뉴욕 한인사회를 대변코자 나선 지도자라면 바쁜 이민생활에서 참석하지 못해 침묵하고 있는 동포들을 더욱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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