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 대통령의 실패작들

2005-04-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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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관)

우리 대통령들은 각기 고유한 실패작들을 유산으로 남겼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떠드는 때에 이런 실패작을 되돌아 보는 것도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한 거울이 되리라.

우리의 길잡이로 가장 큰 기대 속에 선출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파란 눈의 아내를 우리에게 선보인 서양 교육을 받은 선구자. 서양식 교육을 잘못 받은 탓인지 사사오입 계산법으로 우리 헌법을 누더기로 만든 최초의 장본인이다. 이 계산법에 따라 삼선 개헌을 통과시키고 선거를 치렀지만 역시 숫자 계산에 눈이 먼 정부를 이끈 탓에 개표 숫자가 엉망이 되어 ‘백성이 원해서’ 자리에서 물러난다며 쫓겨난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4.19 혁명 덕에 실권을 쥔 장면 총리의 민주당 정부는 신파, 구파로 갈려 엉겨주춤 세월만 보내다가 군인들이 총으로 정권을 찬탈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4.19 때 데모 학생들에게 발포한 경찰을 두고 한 자유당 국회의원이 “총을 쏘라고 준 것”이라며 경찰을 비호하던 위대한 궤변이 있었다. 이 궤변에 고무되었던지 군인들은 과연 총을 쏘아 5.16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차지했다. 이 군사정부의 박정희 대통령이 제일 먼저 끼운 첫 단추는 ‘정치활동 금지법’이라는 대 개혁이었다.

구악(舊惡)에 물든 모든 정치인들을 정치판에서 몰아내는 개혁을 시도했는데 불행히도 그들의 긴 명줄을 끊어놓지 못하고 그들이 뒷날 나라를 흙탕질 치도록 한(恨)을 남겼다. 박대통령의 월남 파병과 경부 고속도로 건설은 우리 경제의 궤를 바꾼 대 역사(役事)였다.그 때 야당은 이를 반대하여 극한 반대투쟁을 벌였다. 그 때 그 투쟁에 앞장선 정치인들 중에 김영삼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끼어 있다.

후일 건망증이 심한 우리 백성은 이들의 우를 잊어버리고 그들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 때의 정치활동 금지 조치로 그 때 구악의 뿌리를 뽑아버렸다면 후일 군벌이 판치는 비극의 신악(新惡)도 태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박대통령은 쫓겨난 이승만 대통령의 삼선 개헌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탓으로 역시 3선이란 숫자 때문에 자리는 고사하고 목숨까지 잃었다. 뒤를 이은 철권 전두환 대통령, 그의 첫 단추는 인간청소를 대의로 내건 ‘삼청교육대’를 창안했다. 깡패를 포함해 사회 악의 뿌리인 쓰레기 인간 청소를 내걸었던 혁명적 조치였다.

어떤 시골 경찰서 순경은 자기의 애인을 두고 라이벌인 사나이를 깡패로 몰아 이 삼청교육대로 떠밀어 보내는 재주를 부리기도 하더니 드디어 이 교육대는 오늘날 조폭이나 고문 폭력을 개발하는 시험장으로 타락했던 역사만을 남긴 채로 뒤안으로 사라졌다. 뒤이은 군벌 출신의 노태우 대통령,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어 물태우라 불리었지만 “가만 있으면 이등은 한다”는 원리를 증명해 보이고 큰일 저지르지 않고 임기를 때워 그야말로 이등은 했다.

그에 이어 역사이래 처음인 민선 민간인 김영삼 대통령. 그는 5년이란 짧은 임기중에 역사에 남는 흔적을 남기겠다는 욕망이 지나쳐서 역사의 흔적을 건설하기 보다 역사 흔적인 중앙청을 까부수는 대역사(大役事)를 저질렀다. 나치의 악의 상징이었던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는 역사 유물로 보존되어 있으며 금년에는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여 그 악몽의 살인시설을 마감한 60주년 기념행사를 치렀다.행여 김영삼 대통령이 이 자리에 참석했더라면 자기의 중앙청 청소처럼 해치우지 못한 이들을 두고 “우째 이런 일이...”라고 한탄했을 법 하다.

가톨릭 신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충실해서일까 햇볕에 억대라는 돈을 쪼이면 핵무기가 되는 위대한 화학 원리를 증명해 보여서 노벨상까지 받았다. 그리고 개구리로 불리는 오늘의 노무현 대통령, 햇볕을 따르겠노라 북녘만 바라보고 있다. 이러다가 북녘에서 들려오는 핵의 소리에 어미 생각하고 울부짖는 청개구리 신세가 되는 우를 범할지 가슴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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