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경찰 ‘행정명령위반’ 안된다

2005-04-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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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범법행위를 하거나 테러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한 뉴욕시 공무원과 행정기관, 경찰은 이민자의 체류신분을 보호해야 한다”. 이것은 2003년 9월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이민자들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행정명령 41이다. 이에 따라 뉴욕시에서는 정부기관이 이민자의 신분
을 확인, 공개하거나 다른 정부기관과 공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민자들이 체류신분의 노출을 우려해 경찰에 범죄신고를 기피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뉴욕경찰은 이 행정명령을 공공연히 어기고 있다. 경찰은 이달 초순 실종됐다가 3일 후에 나타난 중국인 음식배달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을 밝혀내고 이 정보를 이민국에 넘겨 그에 대한 추방절차를 밟게 했다. 지난 22일 시의회의 청문회에 나온 뉴욕시경의 고
위 간부는 행정명령 위반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뉴욕시경은 이민자들의 신분상태 등 정보를 이민국이나 국경수사국과 공유하고 있으며 국경수사국이 추방명령을 내리면 시경이 당사자를 감금, 연방이민국에 넘긴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경의 조치는 시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뉴욕시의 다양성과 역동성의 근원인 이민사회를 크게 위축시키는 행위이다. 이로 인해 이민자들의 신분 보호를 둘러싸고 시장 따로 경찰 따로라는 시정의 위기를 초래할 뿐 아니라 이민사회의 우려를 증폭시켜 시 경제 등 활동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다.


미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것은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이지만 이런 위법 사실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 체류하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우리 한인사회에도 정확한 숫자를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법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경찰이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보와 단속에서 이민당국과 공조할 경우 한인들에게도 그 피해가 크게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뉴욕경찰은 행정명령 41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의회는 이민자들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명령 보다 더 강력한 법안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인사회의 관련단체들은 다른 이민사회의 단체들과 협력하여 이민사회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뉴욕시의회의 법안 통과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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