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의 미동부 우정사와 편지공장

2005-04-23 (토)
크게 작게
이원일(우정공무원)

미연방우정국은 3만8,019개 지역 우체국과 331곳의 우편물 종합 분류센터(P&DC:Processing and Distribution Center)에 76만5,000여명이 근무 국방부(군인과 군속 포함) 다음으로 직원이 많은 국가기관이며 전세계 우편물의 40% 정도를 미국에서 취급하고 있다.

뉴욕시에도 400여개 지역 우체국과 4곳의 분류센터(맨하탄, 퀸즈, 브루클린, 스태튼아일랜드)가 있으며 미동부지역(뉴욕, 뉴저지, 커네티컷, 펜실베니아 등)에 한인 근무자도 1,300여명이 봉직하고 있다.1977년 이전까지는 동부지역에 한인 근무자는 없었으나 한인 우정공무원의 대부격인 고 조준구 선생의 헌신적인 희생이나 열성적인 활동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많은 한인이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선생께서는 77년 우정공무원에 최초로 채용, 뉴욕 플러싱우체국에 근무하면서 한인우정회를 창설하고(81~83년), 중부퀸즈한인회 초대회장(83~84)도 역임하였다. 88년도에는 “당신도 미국정부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저서(한글판 200페이지)를 출간, 동포사회의 봉사와 헌신 하다가 96년
도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바쁜 근무 중에도 한인들에게 본인의 저서를 무료로 배부하고 강의 또한 무료로 실시, 81년도
채용시험에 한인 응시자 98명 전원을 합격시킨 것이 효시이며, 그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천여명의 한인을 우정공무원이 되게 한 지대한 공로자다.

창기 혜택을 입은 한인 중 현재까지 최장기 근속자로는 퀸즈 롱아일랜드시티 우체국 김형채(59세)씨가 24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미동부 한인 우정연합회장 조병욱(76세)씨는 맨하탄 센터에서 22년째, 그리고 동부 체신협회장 이만상(76세)씨는 롱아일랜드 나소카운티 우체국에서 20년째 근무하고 있다.

식량 부족의 족쇄를 풀지 못해 국가를 해체한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수상이 90년대 들어 미국 공식방문 때 지상과 공중(헬리콥터)에서 시찰을 마치고 국내외 기자들과 대담 중 우주개발, 항공산업, 방위산업과 군수산업 등은 미국에서 배울 것은 없다고 했다. 특히 미국의 향락사업은 옛 로마시대의 종말을 연상케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으나 도로 행정과 우정 행정에 대해서는
예외로 부럽다는 말을 했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브루클린센터(편지공장)의 우정 현황을 소개하고저 한다.브루클린 다운타운에서 고층건물 전체를 사용하다가 92년 7월 4일 케네디공항 인근에 새로 신축된 건물로 이전, 현재 근무직원 1,350여명이 3교대로 근무하며 매일 평균 400만통 이상의 편지를 지역 내외(타주 및 외국등)에 처리 발송한다.

독자분들이 발송하는 모든 편지의 주소가 깨알같이 볼펜이나 연필로 고딕체나 초서로 어느 위치에 기록했던 간에 우편물 분류기는 정확히 읽고 가려내고 있어 최종 집배원들이 재분류하지 않고 그대로 배달할 수 있도록 기계가 분류해 준다.

1. 탄저균(Antrax 흰가루) 사전발견 공기검사기계(BDS:Bio Ditection System) 7대가 가능성 있는 우편물을 검사하고 있으며
2. 주소이전 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분들의 편지에도 새로운 주소가 표기된 노랑색의 레이블을 부착할 기계가 곧 설치될 예정이다.
3. 보통편지(1종)를 분류하는 기계(DBC,S & I.S.S)는 35대(대당 가격 25만달러)가 있고 대형 편지의 기계는 4대(AFSM 가격 30만달러)가 있으며 크고 작은 각종 소포물과 두꺼운 잡지를 분류하는 기계(SPBS)도 2대가 있다.
4. 건물 내에서 편지상자를 운반하는 무인(無人) Car(Tugger:AGV)도 16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자동화 분류기계 도입은 많은 우편물을 과거 주로 메뉴얼(수동)로 취급하던 인건비 비중을 절감함은 물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한국경제를 지원 담당했던 유솜(USOM:주한미국경제협조처)이나 AID(국제개발처)의 지원으로 건설된 본국의 농산물(주로 벼) 집산지 보관창고나 미 480공법에 의하여 도입된 잉여농산물 저장 창고도 단일창고로는 350평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브루클린 센터는 대지가 35에이커(4만3,000평, 155만 스퀘어피트), 건평은 1층 분류장 면적이 1만8,000평(67만7,000 스퀘어피트)이나 되어 지금까지 이렇게 넓은 단일 창고나 공장을 본 기억이 없다.

지난달 보도된 김포 대한항공 본사 1층에 보잉 747기 3대가 들어갈 초대형 격납고(가로 180미터, 세로 90미터)가 4,050평인 것과 전기 우편물 분류센터가 1만8,000평이나 되어 가히 규모를 비교 가늠할 수 있는 큰 공장임을 말해 준다.

연방우정공무원직은 입사 후 원한다면 직종변경 기회가 자주 주어지고 정년퇴직이 없다. 또한 공무원에게 주는 여러가지 혜택으로 노후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한인들에게는 괜찮은 직장이다. 2세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직장이니 기회가 있을 때 참여했으면 한다. 그러나 영어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한인들은 이제 입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으니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