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인연은 좋은 관계성

2005-04-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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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건축가)

참새 주둥이만 하던 목련꽃 봉오리가 어느새 자라 일시에 터져 뉴욕의 여기저기 무너지듯 피어있는 참 아름다운 봄날의 지난 주말, 양일 저녁을 지인들의 경사스런 잔치에 초대를 받아 축하하는 일로 저녁시간을 보냈다.
토요일엔 지인의 장남 결혼식에 축하객으로, 다음날엔 후배 여류 문우(文友)들의 한국문단 등단식의 사회자로, 축하객으로 참석하였다. 좋은 날 진심으로 축하하며 함께 기뻐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다음날 아침, 나는 등단 시인들로부터 팩시밀리로 한 장의 편지를 받았다.
“이상하지/커피를 마시면 네 생각이 나/커피향에 같은 사람/마주하고 싶은 사람”이란 자기의 시 ‘그리움’의 첫 구절과 함께 사회를 잘 봐주어 감사하며 영원히 잊히지 않을 좋은 추억이고 또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인사의 메시지였다.


정성과 진실이 담긴 메시지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고 다시 한번 그 분들을 떠올리게 했다. 사회를 보아주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그 분들의 앞날을 마음 속으로 축복해 주었다.그 다음날은 결혼식을 막 치른 신랑 신부로부터 축하해 주어서 감사하다며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내용의 인사의 메시지를 친필로 적은 카드를 받았다. 마음 속으로 그들 신혼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하나님의 은총 속에 아름답게 지속되기를 신실하게 축복했다.
비록 작은 행위지만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다. 그저 전화 한 통화로, 한 마디의 말로서
떼울 수도 있다. 또 미루다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들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서
축하해준 사람들에게 정성이 담긴 예의를 표하는 일은 소중한 일인 동시에 좋은 인연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관계성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런 따뜻한 마음이 담긴 메시지를 받으면 축복해줄 만한 사람들이란 생각과 함께 보람을 느끼
며 작은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좋은 인연이 되길 기원한다.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네 삶, 그 삶이 아름답고 행복해지려면 만남으로 이루어진 인연들이
좋은 관계성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인연으로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혼자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서로 노력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좋은 만남으로 시작했다 해도 자칫 방심하면 일그러지기 쉽다.
우연한 만남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의 경제적 이득이나 허영
심이나 명예욕, 출세욕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덫을 놓고 유혹하여 발목을 잡아 자기 안에 묶어 두려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만남에 빠져서 몸과 마음을 다치는 경우도 있다.상대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빠져 들었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실컷 이용당하고 버림을 받는 경우도 본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자 마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아는 이는 많아도 친구는 없는 것이 그 때문이다. 그래서 외로운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내 것으로 만들려면 내 자신을 주어야 한다. 좋은 만남이 유지되려면 시작이 순수해야 한다. 이기적이어서는 안된다.좋은 인연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나부터 좋은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을 관계성을 잘 나타낸 말이 아닐까.

무엇보다 자신의 언어습관을 돌아볼 일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정직하고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정성을 다해 귀 기울이며 가까울수록 예의를 갖추고 선입견과 편견의 눈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늘 살피고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아울러 희망을 주는 존재, 갈증을 축여주는 한 방울의 이슬같은 인연이 되기 위해 나부터 우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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