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과 나’의 특별한 인연

2005-04-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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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미첼(CEO, President-패스캑 밸리 종합병원)

인터넷 검색 사이트 검색란에 ‘Korea’를 입력하자, 한반도의 지도와 함께 한국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모니터에 올라왔다.‘수도는 서울, 대통령은 노무현, 국무총리는 이해찬, 헌법이 공포된 것은 1948년 7월 17일,
GDP는 세계 11위, 국제전화를 걸기 위한 콜링 코드는 82….’ 등등. 그 중에서도 본인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한국의 국가이념(National Motto)이었다.‘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2004년을 마무리하는 12월, 어느 저녁의 일이었다. CEO &President로 부임이 예정되어 있는 파스캑 밸리 종합병원의 코리안 프로그램에 대해 자료를 수집 하던 중이었다. 이 한줄의 문장은 나에게 큰 영감과 도전을 주었고, 코리안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데 큰 몫을 하였다.

며칠 후 코리안 프로그램의 직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나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한국의 국가이념을 이야기 했다. 직원들은 새로 부임한 미국인 병원장이 자신들의 조국의 건국이념을 말하자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곧이어 나의 며느리가 한국인 교포 2세라고 하자, ‘와…’하는 반가운 탄성이 이어졌다.


■코리안 프로그램과 한국인 며느리
‘미국에서 유일하게 코리안 프로그램이 있는 종합병원, 패스캑 밸리 종합병원의 병원장.’이자, ‘한국인 며느리를 둔 시아버지.’ 그러니 나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자부한다. 사돈은 1970년대 후반에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온 전형적인 한국인 이민 1세대이다. 결혼을 앞두고 첫 상견례를 LA에서 가졌다. 사돈과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우리의 아들과 딸이 꾸려갈 가정을 위해 마음껏 축복했다.

결혼식은 2부로 치뤄졌다. 1부는 미국식이었고, 2부는 한국의 전통 혼례이었는데, 한국의 전통 결혼식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새신랑, 새신부에게 ‘건강한 아이들 낳아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거라’ 덕담을 하고 밤과 대추를 던져주었다. 폐백이 끝나자 아주 특별
한 의식을 마친 듯 하였다. 그 덕인지 나는 건강하고 예쁜 손녀딸을 둔 할아버지가 되었다.

■문화의 차이에 대한 이해
패스캑 밸리 종합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이름을 붉은 잉크로 쓰지 않는다. 사실 미국인들은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불길하며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우리 병원의 직원들은 알고 있다.

또한 미국인들은 큰 소리로 코를 푸는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리고 있다. 또 한가지 전통과 문화의 차이를 배려한 우리의 노력 중의 하나를 예로 들자면, 우리 병원 산과병동의 간호사들은 한국인 산모에게 얼음을 가득 채운 오렌지 주스를 권하지 않는다. 뜨거운 미역국을 권한다. 아기를 낳고 삼 칠일 동안 한국인 산모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몸조리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패스캑 밸리 종합병원 코리안 프로그램은 바로 이러한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의 목표는 건강한 커뮤니티와 개인의 행복한 삶이며,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환자들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코리안 프로그램은 한국 커뮤니티의 특성에 맞춰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없이 건강을 지켜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코리안 프로그램 창립 2주년최근에 나는 예상치 않았던 즐거운 경험을 하였다. 며느리가 직장을 옮기면서 새 집을 구할 동안 아들 내외와 손녀가 나의 집에 머물게 된 것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더욱 가까워지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손녀딸의 재롱도 마음껏 누렸다. 할아버지와 아들과 손자가 함께 한 집에사는 한국의 전통이 부럽기도 하였다.

가족도 함께 할수록 더욱 서로를 잘 알게 되고, 가까워지는 것처럼 부임 후 몇 달을 지내면서, 나는 코리안 프로그램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더욱 큰 비전을 갖게 되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한국의 건국 이념이 한국에서는 ‘홍익 인간’이라는 네 글자로 널리 쓰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패스캑 밸리 종합병원의 코리안 프로그램은 며칠 후면 창립 2주년을 맞게 된다. 그 동안 보내주신 한국 커뮤니티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패스캑 밸리 병원과 함께 한국 커뮤니티가 더욱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코리안 프로그램이 더욱 성장하여, 패스캑 밸리 종합병원에 한국인 전용 병동이 세워지는 그 날 또한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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