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달러 하락과 대책

2004-12-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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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제(미대통령 자문위원)

달러는 미국의 통화인 동시에 모든 국제무역 거래의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는 세계 공통의 화폐이며 미국 경제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달러 가치의 안정은 곧 미국경제 내지는 세계 경제 질서의 ‘벤치 마크’인데, 이 가치가 최근 세계 주요 통화인 ‘유로 달러, 일본의 엔, 한국의 원 등 변동 환율제를 시행하는(고정환율제의 중국 제외) 나라들의 통화에 비해 큰 폭으로 평가가 절하되어 상호 의존적, 세계
경제의 금융시장 환시장, 무역시장, 자본시장에 심각한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의 1/4을 장악하는 미국 경제의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배경에는 장기간 누적돼 온 미국의 국제 수지 악화, 재정 적자의 증폭이 배태시킨 경제의 함수관계가 있다.현재 미국의 연 무역경상수지 적자가 GDP(국민총생산물)의 5.7%라는 것은 잠재되어 있는 미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대변해 준다.


전통적인 수출국이 수입국이 되었고 경상계정의 불균형을 해외 저축과 자본으로 충당해 온 누적된 무역적자는 달러의 붕괴, 유입되는 해외 저축 내지 자본의 유출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미국으로 상품과 용역을 수출하는 수출국들의 수출 증대는 고용 생산, 소득 증대, 생활수준의 크나큰 향상을 가져왔지만 연 3.9%의 소비율 증대를 미덕으로 삼는 미국은 0.2%의 낮은 저축률로 지속적 경제성장에 소요되는 저축과 투자를 해외 저축과 자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더니 급기야 연간 베이스 6,000억달러의 무역적자, 7,000억달러의 재정적자(이라크와 아프가
니스탄 전쟁 전비 지출이 있기는 하지만)국이 되어 적자 재원 조달로 인한 재금융 수요 증가에 따른 필연적 이자율 상승 요인을 누구나 불안해 왔다.

이 거대한 적자 속에 건재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장에 불가결한 저축을 전세계 총 저축의 80%를 흡수시킨 금융 조달 관리 능력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부진은 제조업, 중소기업의 몰락, 수출산업기반의 쇠퇴, 고용 감퇴, 국내 저축률의 심각한 저하를 빚어냈
다.

다행히도 중앙은행의 저이자율 금융정책에 힘입어 주택시장의 활성화가 경기 부진의 미국 경제를 떠받쳐 온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달러 약세, 고이자율의 추세가 진행될 때는 이자율의 함수인 투자가 감퇴될 것은 물론, 주식가의 하락으로 증권시장의 위기는 예상되고 버팀목 주식시장이 붕괴되는 위험 또한 배제할 수 없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 수출국들은 수출 증대에 힘입어 국제수지의 호전, 달러의 초과 공급을 누린 나머지 달러가를 하락시켰다. 평가 절하된 달러는 미국내 외국 투자가들로 하여금 상실된 자산가치에 대한 보상으로 자본투자 수익률 인상을 요구하게 되었고 미 연방은행은 미국경제 유동성 유
지상, 해외자본 유출 방어상, 이자율 상승조치를 단행하게 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반면 달러 가치 하락은 점진적으로 미국산 상품 구입가격을 저렴케 하여 미국 수출 증대, 무역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달러의 평가 절하는 단기적으로 이자율을 상승케 하여 주택시장, 자동차, 내구재 산업에 상상키 어려운 타격을 주어 미국경제가 순환기적 불황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고찰하면 미국의 만성적 국제수지 적자, 달러시세의 국제현실화, 국제통화질서의 안정이란 점에서 불가결한 현상으로 본다.

이로 인한 단기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미국 중앙은행과 세계 주요 금융당국이 국제적 가치체제의 2중성을 일원화 시키고 불균형된 세계경제 체제를 균형시킨다는 원칙 아래 변동환율제도를 적절히 적용시킨다면 미국은 미국대로 수출산업 육성으로 국제수지 개선, 과소비를 억제하고 저축률을 고조시켜 부담스런 해외 저축을 국내 저축으로 대체할 때 경상수지 적자, 재정적자도 현저하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중국, 일본, 유럽 주변국들도 국제적 소비 저축의 수요 공급 조절을 위해 저축율을 낮추고 소비를 증대시켜 준다면 달러의 가치 하락이 일으킨 세계의 주식, 무역, 자본시장에 파장은 안개처럼 걷히고 달러 평가 절하는 미국의 통화체제의 현실화, 세계 통화체제의 안정으로 불균형된 세계 경제가 균형과 수급의 질서를 재현시키는 희망찬 2005년을 영접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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