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반대’ 당론 불구 표단속 실패
▶ 다음 표결 땐 방어 장담 못해
'김건희 여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4일 부결돼 폐기됐다. 다만 국민의힘의 공언과 달리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는데도 여당의 김 여사 방탄대오는 무너졌다. 야권이 재차 특검법을 발의할 경우 다음에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 재의결 결과 김 여사 특검법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여당(108석)에서 4명이 당의 방침과 달리 반대표를 찍지 않은 것이다. 다만 친윤석열계는 "무효 1표는 선에 살짝 걸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 경우 이탈표는 3표가 될 수도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4월 총선 공천 개입 등 김 여사와 관련된 8가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은 다시 국회로 되돌아왔다.
친한동훈계에서는 ‘다음 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 의원은 “김 여사를 지키는 게 민심도 아니고, 여론은 더 등을 돌릴 것”이라며 “이번에는 대통령실 쪽에 서겠지만, 또 표결을 해야 하면 ‘다른 선택’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한계 다른 의원도 “김 여사가 (총선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메시지까지 전 국민 앞에 공개된 상황”이라며 “부결을 시키긴 했지만 자축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친윤계는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 이탈표 소식을 듣고 친윤계 핵심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과 상황을 논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친윤계 한 의원은 “이탈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는 아니다”라며 “서너 분 정도가 당과 다른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다른 의원은 “당내 갈등이 있더라도 위기 앞에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라며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면 당과 대통령실은 공멸”이라고 강조했다.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부결을 당부했다. 한동훈 대표가 앞장섰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여론이 김 여사 특검법에 주목하고 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당내외 의견이 많은 걸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민주당 마음대로 전횡할 수 있는 이런 법이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나경원·안철수도 “김여사 사과 나서야”민주당 특검이라 받을 수 없을 뿐, 김 여사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다음이다. 당장 민주당은 “또 다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 여사 리스크가 고조되는데도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돼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4월 총선 참패 이후 반성과 쇄신의 기회를 놓친 국민의힘이 여론의 뭇매를 감수하며 윤 대통령 부부를 마냥 감쌀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자연히 대통령실을 향한 불만의 강도가 한층 세졌다. 나경원 의원은 “(김 여사가) 이제 한번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됐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국민이 생각하시면 사과가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은 부결’을 외친 한 대표의 다음 선택도 변수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이 한 번 더 발의될 경우’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지 않겠다”라며 대통령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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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