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iPod의 사회학

2004-11-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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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차장)

얼마전 큰 맘먹고 iPod을 샀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좋아하는 음악을 다운로드받고 기계에 저장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가는 지하철 등에서 음악을 듣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편리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랬더니 주위에서 처음에는 ‘애들도 아닌데..(왜 그런 것을 샀느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사람들 역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어디서 구입했는지부터 사용법까지 문의해왔다.


자신들의 청소년 자녀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준 적은 있지만 직접 사용해본 적은 없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직접 사용해보더니 ‘참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대목이 참 재미있다. 직접 사용해보기전까지는 자녀들의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던 사람들이 “나도 하나 살까”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MP3가 처음 나왔을 때만해도 이 상품이 그토록 히트를 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매킨토시 전문인 애플사가 힘들어하다가 이번 iPod 상품 하나로 대 히트를 친 것은 하나의 경제적인 사건이다.

올해 애플사는 주식 시가가 무려 187%나 올랐고 현재 대형주 중심의 S&P500에서 넘버원 스탁으로 선정돼 있다. 애플사 뿐아니라 iPod의 트레이드마크인 콘트롤 휠(손가락으로 터치해서 메뉴를 돌릴 수 있도록 한 장치)을 만드는 신앱틱스사 역시 올해 주식이 152% 올랐다.

하나의 상품이 미친 여파는 경제 뿐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도 적용된다.
예가 다르기는 하지만 한때 어린이들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키몬(pokemon)이 그냥 지나가는 만화영화로 끝나지 않고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언어, 관습까지도 외국인들이 관심있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문화 첨병의 역할을 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iPod을 광고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 기계를 손에 들고 있으면 마치 젊어진 느낌도 든다. 처음에 iPod과 mini iPod 중에서 어느 것을 구입할까 고민할 때 옆에서 젊은 후배가 한마디 했다. “선배, 남자가 mini (iPod) 들고 있으면 창피해요”라고.

체면 문제가 아니라 남들이 그렇다면 따라가야 할 것 같아서 돈 조금 더내고 비싼 것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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