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인권법과 탈북자

2004-11-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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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관)

북한 인권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해서 부시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새로운 법률로 발효하게 되었다. 이 법안의 골격이 탈북자의 미국 정치 망명을 허용하는 것이어서 탈북자에게는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올 수 있는 역사적인 길이 마련되었다.

여태까지 탈북자에게는 미국 망명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차별적 취급을 하게 된 것은 놀랍게도 한국의 법체계 때문이었다.대한민국의 헌법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그 영토로 하고 있고 북한에 사는 인민들
도 법 형식상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한국의 헌법에 따라 탈북자는 당연히 한국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한국의 헌법에 따라 탈북자는 당연히 한국 국민으로 간주되어 미국의 우호 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치 망명을 허용할 수 없다는 해석 때문이다.


이런 모순 때문에 많은 인권운동가들이나 정치인들이 이런 특별법안의 제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반면에 여러가지 이유로 이 법안을 반대하는 여론 또한 만만하지 않았다.

그 반대 이론의 한 부류는 이 법의 시행으로 북한인의 미국 망명길이 열리면 앞으로 한국 헌법이 규정하는 전 한반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헌법 규정과 그 인민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규정에 국제법상의 제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근거한다.

이번에 발효하게 된 북한 인권법은 이런 대한민국의 헌법조항과는 상관 없이 탈북자를 한국 국민이 아닌 북한이라는 국가 출신으로 인정해서 망명을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즉 북한을 주권국가로 보는 전제 때문이다. 또한 이 법의 탈북을 조장할 가능성 때문에 북한이 이 법안을 펄펄 뛰고 반대해 온 것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 법안을 반대하는 그룹 중에는 놀
랍게도 대한민국의 열린우리당이 있다.

미국 국회가 이 법안을 다루고 있는 동안에 열린우리당 소속 몇몇 국회의원이 이 법안을 반대한다는 서신을 미국 국회에 보내어 미국인들이 깜짝 놀라게 하는 웃음거리가 된 일이 있다.

이 법 때문에 남북한의 평화 무드를 해친다는 것이었다. 뒤집어 말하자면 김정일이 싫어하므로 김정일의 심사를 건드리는 일을 하지 말자는 소리다. 김정일의 눈치가 중요한 것이지 북한 동포들의 목숨을 건 인권문제는 알 바 없다는 기가 막히는 한국 국회의원들의 사고방식이다.

어찌되었건 이 법이 통과된 뒤로 탈북자들은 벌써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그 자세한 시행세칙도 마련하기 전인데 몇몇 탈북자들은 벌써 미국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 11월 6일 새벽에 애리조나주의 한 국경순찰대에 검거된 멕시코에서 넘어온 북한출신 밀
입국자 세 사람이 미국망명을 신청했다. 그러나 시애틀 이민법원은 망명 신청 재판에서 그가 한국을 거쳐 미국에 입국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즉 한국에서 이미 시민으로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탈북자가 아니라 한국 국민이라는 것이다.만약 탈북자에게 망명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과연 북한을 탈출해서 미국으로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제3국의 공관이나 한국으로 탈출에 성공한 탈북자들은 거의 모두가 브로커들에 의해 그 길이 알선되었으며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이 정부에서 지불하는 정착금으로 그 알선 수수료를 지불한다 하여 한국정부에서 이들을 단속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다.

이들 알선업자들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아 단속을 펴겠다는 것이겠지만 실상 이들의 탈출을 성공하도록 도와준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이들 탈북자들의 인권을 돌보는 일을 터놓고 할 수 없다면 이런 알선업자들을 불법이라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일이다.

북한인권법 지지자들은 이런 지정학적인 특수성을 감안해서 한국에서 정착한 탈북자들도 꼭 같은 인권법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 법의 효율적이고 폭넓은 적용이 이루어지도록 로비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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