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마음을 전하는 카드

2004-11-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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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올해도 어김없이 단풍이 지고 꽃샘 추위가 오더니 또다시 연말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연말은 지나가는 한해를 되돌아 보고 우리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이웃들을 생각하는 시기이다.

연말은 또한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 가라고 생각해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12월초부터 집과 회사로 배달되는 카드와 연하장을 열어보며 ‘아,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구나’, 또는 ‘내가 인간 관계를 잘 유지해 왔구나’, 혹은 ‘내년부터는 주위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카드가 있는 반면, 카드에 인쇄돼 있는 ‘Merry Christmas’나 ‘Season’s Greetings’라는 글 밑에 달랑 이름만 써서 보내는 지극히 형식적인 카드도 있다. 어떤 카드는 발신자가 이름 석자 쓰는 것마저 귀찮아 아예 이름까지 인쇄해서 나온 회사 카드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물론 바쁜 연말에 한두명도 아닌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친필로 적당한 길이와 내용의 카드를 쓰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또 이-메일이 일상화 돼 있는 요즘 시대에 키보드 대신 손에 펜을 잡고 편지를 쓰는 일이 이제는 약간은 ‘어색한 행위’가 돼 버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편지나 카드란 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보다는 받는 이의 기쁨을 위해 우체통에 넣는 것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일을 통해 만난 선배가 있다.

몇 년전 연말 우연히 그 선배의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그 선배가 친필로 연하장을 쓰는 모습을 봤다.

선배에게 ‘아니 그 많은 카드를 일일이 써요’라고 물어보자 주위에 정말로 끈끈한 인간관계가 맺어져 있는 20여명에게만 지난 한해동안의 관심에 감사를 표하고 다가오는 새해 인사를 연말이 되면 친필로 쓴 카드를 통해 전한다고 말했다.

그 연말이 이제 우리에게 다가왔다.우리가 사회에 일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는 연하장... 이번 연말에는 형식적인 인사
차원의 카드보다는 진실한 마음이 담긴 마음의 카드를 많이 보내야겠다.
참, 또 한가지… 한국으로 보내는 편지가 성탄절 전에 도착하려면 12월 13일 전에 보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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