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말을 구사하자

2004-11-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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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국(픽포스터 대표)

각 나라마다 민족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말을 쓰고 살아간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언어를 통해 말은 수없이 각양각색으로 쓰여지고 있다. 같은 땅덩이에서 국경이라는 금을 긋고 살아가는 바로 이웃도 그 선만 넘어가면 언어가 다르고 글이 다른 자기네들 말을 쓰고 있다.

지금 한인사회에는 많은 동포들이 식당, 델리, 그로서리, 세탁소 등 여러가지 종류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인건비가 한참 낮은 남미계 사람들을 종업원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일이 경과하고 나면 그 외국인 종업원들은 아저씨.. 아줌마.. 안녕하세요..? 하는 한국말을 서투르게 구사하며 한국말을 익히고 있다. 또한 한국에 군인, 지상사, 기타 경우로 파견되었던 미국인들이 한국말을 구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들이 어느 정도의 한국말을 가려서 하고 있는지 우리는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 TV방송에 가끔 미국인, 또는 외국인들이 초대손님으로 등장하여 아주 점잖게 품위를 지켜가며 수준급 이상의 경어가 섞인 한국말을 구사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감탄하기까지 하였다.

웬만한 한국사람도 구사할 수 없는 경어와 문자를 적당히 섞어 사용하는 그들의 모습은 교육이 제대로 된 지식인이었으며 그들 주위에 있었던 한국인들이 그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말을 가르쳐 준 것이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는 수준을 보면, 품위가 없고 교양 없는 상스러운 막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물론 어떤 교육과정을 통한 것이 아니고 직장에서 주인 또는 한국인 동료들이 사용하는 한국말을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인데 평소 그 한국인들은 그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정도의 한국말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서당 개 삼년에 풍월을 읊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군대시절 약 2년 반 정도를 미8군에서 카츄샤로 근무했다. 한국에 근무하는 주한 미군들은 한국인들 주위에서 어깨 너머로 한국말을 익힌다. 처음 그들과 같은 생활권에 들어갔을 때, 바로 옆의 미군병사 한 사람이 대뜸 “야! X팔놈아” 한다. 어안이 벙벙해서 그 소리가 지금 나한테 한 것이냐 하니까 “미친 X” 하는 것이 아닌가. 화가 나서 “너 나에
게 왜 나쁜 욕을 하느냐”며 화를 내니 이 친구, 금새 얼굴색이 달라지며 “미안하다”면서
지금 자기가 구사한 한국말이 정말 나쁜 말이냐며 정색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직감적으로 이 친구 무엇을 잘못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지금 당신이 한 말은 나쁜 말이며 그것을 어디서 배웠느냐” 물으니 병영 외부에 나가서 한국인에게 배운 말이라고 해명하는 것이 아닌가. 그 외에도 상스럽고 입에 담지 못할 한국말들을 태연스럽게 그 뜻을 모르며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 이곳의 우리 2세들은 어느 가정을 가 보아도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혹 한국말을 잘 사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부모가 모국어를 잊게 하지 않기 위해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경우였다. 최소한 집안에서 부모, 형제, 자식지간에 좋은 한국말로 대화하여 우리들 고유의 문화와 풍속들을 익혀 조국애의 함양과 한국인으로서의 긍지 정도는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저 자식들이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대견해 하며 “우리 아이는 영어를 잘 한다”면서 덩달아 서툰 서당개 삼년 영어를 사용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이건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지난번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원내 대표가 뉴욕을 방문해서 노인 비하 발언으로 말 실수를 하고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다. 정동영 통일장관도 함부로 노인 폄하 발언을 하고 정치생명에 영향을 받을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말이면 내 뱉는다고 다 말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국무총리가 외국에 나가 더우기 술판을 벌인 자리에서 함부로 내뱉은 말이 불씨가 되고, 그것이 결국은 국회에까지 비화돼 국회가 파행되면서 국정까지 마비되고 있다. 선량들의 집합체인 국회에서 “이 X아” “저 X아” 여야가 편을 갈라 욕설을 퍼붓는 모습에서 저들이 과연 한 나라를 이끌고 가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인가 생각을 할 때 진실로 기가 막힌다.

다시 말하지만 말은 한 나라, 한 국민의 잣대이며 수준이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좋은 말을 구사하는 문화 국민으로 손색이 없도록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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