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눈 앞에 닥친 탈북자 문제

2004-11-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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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탈북자를 돕기 위한 북한인권법의 발효를 계기로 탈북 난민들의 미국 입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인사회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사태에 따라 지금까지 탈북자 돕기 운동을 해 온 탈북난민보호 뉴욕협의회가 미주협의회로 명칭을 바꾸고 조직을 확대하여 활동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발빠른 대응으로 주목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뉴욕에는 이미 2명의 탈북자가 체류중이며 제 3국으로부터 탈북자 6명의 미국 입국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몽골이나 동남아 보다 생활환경이 월등히 좋은데다 한국 보다도 더 신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앞으로 탈북자의 입국 러시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더우기 미국정부가 탈북자를 돕는 단체를 지원하기로 했
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을 돕는 단체들의 활동도 매우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한인사회도 크게 변모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인사회는 1960년대 이후 한국에서 온 이민자들과 상사주재원, 유학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입양인 출신과 조선족 동포 출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탈북자들이 새로 한인사회의 일부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 가운데 한인사회에 가장 늦게 합류하게 될 탈북자들은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될 것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환경에 가장 생소한 사람들인데 가장 자본주의적인 사회에 맨주먹으로 들어오게 되면 경제력의 차이, 문화의 차이, 언어문제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탈북자들을 미국에 입국시키는 일 만큼 이들의 정착을 돕는 교육과 안내 등 봉사활동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관련단체들은 탈북자의 정착을 위한 전문적 연구와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정부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앞으로 탈북자를 돕는 단체에 대해 지원금을 제공하게 된다.

이 지원금 때문에 탈북자 관련단체들이 제사 보다 제밥에 마음을 두게 된다면 탈북자 지원사업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한인단체들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활동을 하거나 지원금을 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인권활동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탈북자들의 입국 러시와 함께 한인사회에서 늘어나게 될 탈북자 관련 단체들은 사심 없는 봉사정신을 굳게 다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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