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른여덟자의 자서전

2004-11-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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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장)

공자와 사 후, 제자들이 그 때까지 써 두었던 스승의 말을 논찬(論纂)해서 만들었다고 하는 논어(論語)는 총 10권 20편으로 되어 있다.

논어의 위정(爲政)편에 공자가 만년에 자신의 지난 날들을 돌아보고 그 정신적인 성장과정을 이야기 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그것을 풀어보면 “나는 열 다섯살에 학문에 뜻을 두고 서른 살에 모든 기초를 세우고, 마흔 살에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여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았으며,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았고, 예순 살에 경륜이 쌓여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일흔 살에 마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하였으되 법도에 어긋나게 하지는 않았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사람의 나이 30을 이립(而立), 40을 불혹(不惑), 50을 지천명(知天命), 또는 지명(知命), 60을 이순(耳順), 70을 칠순(七旬)이라고 하는 어원이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공자는 마흔살에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여 세상일에 미혹함이 없었다고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 하였는데 사람의 나이가 40,50,60,70이건 간에 진정 불혹이라 할 수 있는 나이가 과연 있을까?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런 시기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치니 우리가 하는 세
상의 인심이 보이는 듯 하다. 그저 살다 보면 지천명이어야 할 때가 오고 이순(耳順)이어야 할 나이가 되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그러나 이런 가르침이 있기에 해를 거듭하며 나이를 더해갈수록 지난 일을 돌이켜 보며 나이에 걸맞는 생활을 했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가운데 나이에 걸맞게 살고저 애쓰는 모습이 이웃에게 비칠 때 비로소 인생을 잘 사는 사람으로 인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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