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돈(법정통역관)
드디어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 부시대통령의 재선으로 끝났다. 역사이래 가장 예측이 어려웠던 미국의 대통령 선거였다. 그리고 소수민족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선거이기도 했다.
특히 우리 한인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이유 중에는 두 후보간의 외교 안보정책과 이민정책의 차이점 때문이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시작된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어느 후보가 전쟁 발발의 위험성을 없애고 평화로운 타결을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초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화당의 부시 후보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칭하면서부터 소위 강경 매파에 속하는 인물로 이라크 침공을 자행한 전례로 보아 다음 공격의 목표를 북한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참화를 막으려면 당연히 민주당의 케리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민주당 후보 지지 캠페인이 동포사회에서는 거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에 이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부시 재선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북한의 한반도 적화 야욕은 변하지 않았으며 북한이 해온 그동안의 벼랑 끝 외교 역사로 보아 더 이상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상대로 대하기 어렵다는 것. 다만 힘으로 밀어부치는 방법만이 해결수단이라고 믿기 때문에 미국의 선제공격을 포함한 강경책을 고수하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쪽이었다.
미국은 지금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라크 전쟁과 대테러 전쟁의 와중에 있다. 옛적부터 전해 내려오는 현자(賢者)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전장의 장수는 싸움 중에 말을 갈아타지 않는 법이다. 이번 부시대통령의 재선은 전쟁중에 있는 미국이 부시라는 말을 갈아타서는 안된다는 현자의 가르침을 믿는 미국인이 다수이기 때문에 부시에게 한 번 더 결자
해지의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온건적인 대북관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케리가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던 한국정부나 북한정권도 여태까지 선거 결과를 관망하면서 미적거려 오던 대미 태도를 이제 올바로 정립할 때가 되었다.
특히 북한은 6자회담에서 더 이상의 시간 끌기 식 연기 핑계를 찾아서는 안된다. 부시 정권이 호전정책을 쓴다고 비난하기 전에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는 구실을 제공하는 자승자박하는 어리석은 처사는 하지 말아야 된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막다른 곳으로 몰릴지 모른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번 선거에서 또 하나의 확실한 승자는 우리 한인을 포함한 소수민족이다.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우리가 지지하던 후보의 당락이 아니라 역사이래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준 소수민족의 선거 참여이며 한인들의 적극적인 투표권 행사로 미국 정치 현장에 우리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었던 데 있다.
이번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한인들의 참여가 있었다. 이런 성과를 가져오게 된 데에는 그동안 많은 홍보와 노력을 기울여 온 얼굴과 많은 사회단체와 지도자들의 공이 크다. 비록 이번 선거가 이민정책에 있어서 민주당이 내걸던 정책 보다는 불리한 정책을 가지고 있는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보여준 모든 소수민족을 포함한 한인들의 정치 참여는 미국 정부의 앞으로의 정책 결정에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