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과 우리가 가야 할 길

2004-11-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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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유권자센터)

지난 1년간이나 미국사회를 달구었던 2004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얼마 전까지 양당의 후보들은 숨을 죽이고 손에 땀을 쥐면서 자신들의 승리를 염원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치열한 대접전이었다.

이제 그 어느 때 보다도 확연하게 나누어져 있는 유권자들의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가 새로 당선된 미국 대통령의 업보가 되고 있다. 그리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부정선거의 시비가 벌써부터 미국사회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양당은 지난 2000년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유능한 변호사들을 확보하고도 있었다.


각 후보의 지지도별 지도를 보면 동부와 서부가 하나의 색깔이고 중부와 남부가 하나의 색깔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이러한 분열은 미국의 미래를 고민한 정책 대결이기 보다는 서로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내거티브 선거로 인한 양당간, 양당의 지지자들간의 극한 감정적인 대결이 그 원인이었다고 말하는데 반대할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미국의 수많은 지성들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터전임을 자랑하던 미국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민주주의의 후진이라고 여겨지던 제3세계 여러 나라들이 오히려 착실히 민주적인 절차와 합의를 이루어내고 있는 21세기에 미국이 거꾸로 가고 있다.

또 하나, 그동안 외부세계에 대하여 그나마 포용적이었던 미국의 중산층들이 다른 세계와 이민자들에게 더욱 더 베타적으로 보수화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재선된 부시 대통령 역시 계속 보수의 노선을 걷게 될 것은 자명하다.

바로 이번 선거가 정책의 대결이 아니라 누가 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전쟁을 더 잘 할 수 있는 지도자인가를 내세우고자 경쟁한 것 이상이 아니었다.

이민자의 문제는 더 이상 다루어지지 않았고, 서류 미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민자 사회가 한 가닥 희망마저도 가질 수 없었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우리는 더욱 더 우리 사회의 단합을 강화하고 투표율을 높이는데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연방 차원에서 보호받지를 못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각각의 주와 시에서 단합된 표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지역의 정치인들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흐름 속에서 그동안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쉼 없이 달려온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전력투구를 하였다고 자부한다. 거의 매주 한인교회를 비롯한 동포단체들의 행사장을 방문하여 유권자등록 활동을 해온 자원봉사 자들 및 청소년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이제 선거는 끝났지만 투표장마다 줄을 서고 있던 한인유권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목이 메인다. 사실 우리가 그토록 투표율을 높이고자 발버둥쳤던 것은 올해의 높은 투표율을 가지고 내년도 지역선거를 준비하는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힘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뉴욕과 뉴저지 몇 몇 지역의 시장선거에서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으로 급부상 하였다. 누구도 한인들로부터 외면당하면 시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더 강한 우리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내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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