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탈출 사태가 우려된다

2004-11-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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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보스턴)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하고 돌아온 분이 전해준 말이 생각난다. 그 분의 말은 지금 한국의 국민 정서가 말이 아닌 위험수위에 도달해 하루 하루를 사는 게 불안의 연속이라고 했다.

미국에 이주해 살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동포의 시각도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 도시나 농촌이 급속도로 변화되는 외형적인 현대화에 놀라움을 나타냈던 일이 지난날 조국을 바라보는 해외동포들의 시각이었다.


반면에 요즘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외형적인 변화 보다는 국민들의 삶의 질이 메말라 어디서부터 삶의 가치를 찾아야 할 지를 가려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오늘의 한국민의 정서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분야가 다 병들었다고는 하지만 특히 윤리의 부재 현상은 일반 국민들 보다는 나라를 이끌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의 의식 부재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가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 있느냐에 대한 인식은 국민들의 의식 수준에서 찾아보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과 최고통치권자의 영도력이 국민과 호흡을 같이 하며 국민이 지지하고 따르고 있느냐에 따라 건강한 나라, 건강한 사회인
지를 쉽게 판별하는 척도임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체험하며 배워오고 있다.

지금 본국 사회는 배 고파 못살겠다는 의식주에 대한 불만 보다는 정치집단의 윤리 부재로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나라를 이끌고 있는 최고 통치권자의 오기 투성이의 지도력 때문에 국민의 감정이 극도로
분열되고 있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으로 몰아부치는 극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조국의 현실이 되어 안타깝기만 하다.

본국 사회를 들여다 보는 해외동포들의 시각은 분노 보다는 슬픔 속에 잠겨져 있다. 힘든 이민생활을 개척해 살면서 조국의 안위까지 염려해야 하는 600만 해외동포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알고나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위기에서 지켜냈으며 지금도 간첩을 침투시키면서 남한 정부의 체제 전복을 꾀하고 있는 북한 공산집단의 준동을 막아내고 있는 보안법을 폐기해 버리겠다고 대통령이 나서고 있는 일로 인해 국민 여론이 극과 극으로 분열되고 있다.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만든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이 위헌으로 결정난 사법부 판단에 대통령이 나서서 이런 저런 말을 해대고 있다. 그 뿐인가. 과거사 진상 규명법이나 친일 진상규명을 외쳐대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는 가관스럽기만 하다.


해방 후 좌우 대립에서부터 6.25를 거치면서 북한 공산집단에 부역하다 처벌된 자들과 그들 후손들이 명예 회복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비록 북한 체제 구축의 중심인물이었다 할 지라도 일제에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에겐 명예회복과 보상을 하겠다고 본국 정부 스스로가 나서고 있다.

이렇듯 혼돈과 악순환이 연속되는 사회에서 재투자가 어려워 기업이 돈을 싸들고 해외로 탈출하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금융권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올해 9월 말까지 해외 증권투자 규모가 90억달러로 지난 한 해 투자액 보다 34%가 증가했다고 발
표하고 있다.

미국의 뉴스위크지도 한국민의 대탈출(Exodus) 현상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불안감이 원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한국을 떠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어디 기업가 뿐이겠는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고급 인력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노동자로 전락하는 현실 사회에서 나라를 떠나겠다는 대탈출의 위기 속에 보안법 폐기나 과거사 규명, 수도 이전 문제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에 대통령이 앞장 서야 할 일인지를 냉혹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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