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을 배려하는 마음 아쉽다

2004-11-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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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질서는 올바른 차례를 말하며 선진국 국민인가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척도이다.지난 주,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노던 블러바드 한 교회에서 실시한다는 기사가 나와 아침 일찍 도착했다.

지난해 이맘 때도 플러싱에 있는 상록회 사무실에서 접종을 받은 바 있다. 금년에도 연례행사처럼 생각하고 찾았으나 한인들의 몹쓸 고질병을 접종 장소에서 보게 되었다.


예방접종은 미국 봉사단체에서 주관하고 장소는 동 교회 지하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미 봉사단체는 이번에 500명의 백신을 접종 예상했으나 부득이 250명분 밖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해를 구하는 말과 접종 서류 작성도 4종류가 있어 이들 작성을 위해 한인 자원봉사자 6~7명이 수고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가 대기하고 있는 테이블에는 중국인 5명과 인도인같이 보이는 한 사람이 먼저 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접종장소에서는 60대로 보이는 한인남성이 차례대로 번호를 호명, 질서유지를 잘 하고 있었다. 외국인들은 우리말로 안내를 하기 때문에 진행과정을 몰라 수 차에 걸쳐 필자에게 물어오곤 했었다.

10시 5분쯤이었다. 이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내려온 10여명이 신청서 작성 등록대 앞으로 우~우 하니 떼거지처럼 들이닥치면서 소란스럽고 북새통이 되어버렸다. 지하실 입구에도 성경, 찬송을 손에 들고있는 여러명이 좁은 통로에 장사진을 치고 수 차에 걸친 안내자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금 예배 보고 내려갔는데 무슨 소리하고 있느
냐고 큰 소리로 싸울 태세같이 나왔다.

그 뿐인가. 안내봉사자에 하는 말은 더 가관이었다. “당신이 뭐야? 안내하고 싶으면 저 입구에 가서 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마치 적반하
장도 유만부동이었다.교회가 한인들과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장소를 대여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예배를 보고 늦게 온 교인들은 설혹 번호표를 미리 받았을지라도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 중의 일정한 번호 순서 뒤에 접종을 받는 등 조
금이라도 양보를 하는 아량을 보였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접종신청서 작성 등록대 앞이 그렇게도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었는데 갑자기 교인들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되고 질서가 파괴되는 것을 보고 ‘앓느니 차라리 죽는다’는 생각이 들고 ‘절이 보기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독감에 걸려 고생할지라도 이 꼴불견을 보면서 접종 받을 마음이 추호도 없어졌다. 돌아 오면서 언제나 한인들의 질서가 잡혀질
까 생각하니 입맛이 씁쓸했다.

같이 기다렸던 그 외국인들이 이 볼썽사나운 광경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가 타민족의 동일한 사례를 목격했다면 ‘저러니 후진국이지’ 또는 ‘너희 나라 아직도 멀었다’ 하지 않았을까? 했을 것이다.

남 보다는 내가 먼저란 마음은 매사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타적인 생각은 이기주의를 추구하게 되어 있다.기독교인들은 먼저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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