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생이별 이제 그만

2004-11-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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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취재1부 부장대우)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자녀를 가정폭력 장소에 방치했다는 이유로 자녀의 양육권을 빼앗아 가던 뉴욕시의 규정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종전 규정으로 한인 가정 중에도 원하지 않은 생이별의 아픔을 당한 가정들이 적지 않았다. 부부 싸움이 커져 경찰이 출동하면 남편은 유치장에, 아내는 병원으로 후송되고 아이들은 시정부의 아동 위탁소로 맡겨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또 폭행을 휘두르는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 않지만 뉴욕시 아동보호국(ACS)의 인터뷰를 받았던 가정은 한번만 더 자녀를 방치할 경우 자녀를 빼앗기는 규정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정폭력 가해자를 경찰에 넘겼던 경우도 있다. 그래야만 자녀와 생이별을 막을 수 있어 생활능력이 없는 상황에서도 배우자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했던 가정도 있었다.

그동안 ACS는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자녀들을 돌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정폭력 발생 가정의 자녀들을 부모들과 격리시켜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 싸움으로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위탁소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낯선 곳에서 생활하면서 정신적으로 두번째 충격을 받았었다.
자녀가 다른 곳에 가 있지 않는 한 한 집안에서 발생한 폭행을 자녀에게 숨기기란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폭행을 당해 자신의 몸조차 추스르기 힘든 상황에서 자녀의 보호막이 되어 준다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동안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시정부의 비합리적인 이 규정에 따라 정부기관의 도움을 회피해오기도 했다고 한다. 맞고 지내면서도 자녀를 빼앗아 가는데 신고를 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 한인 여성들이었다.

물론 범죄인 가정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폭력은 습관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 습관은 주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방책이 필요하다. 이젠 매맞고 살아온 배우자들도 단순히 폭행 목격으로 양육권 박탈을 할 수 없다는 판결에 따라 조금 안심하고 폭행에서 벗어나면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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