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투표 안하면 섹스도 안해!

2004-11-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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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와 그에 따른 각 선거(11월2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년에 한 번 있는 선거다.

지난 선거 때는 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가 민주당 후보였던 고어를 537표로 누르고 당선됐다. 537표. 대통령 당락을 결정지은 플로리다주에서 부시가 고어를 소송에 이기고 누른 표 차이를 말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또 몇 표 차이로 대통령이 당락 돼 희비가 엇갈릴
지 궁금해진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제도는 간접 선거제도다. 각 주마다 배당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인 270명의 선거인단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인구비례대로 적용되는 선거인단수는 각 주마다 다르다. 대통령이 되려면 선거인단 수가 많은 주에서 주민 투표수
로 이겨야지 적은 수의 주에서 이겨봐야 당선에 별 이득을 주지 못한다.
지난 대선 때 고어는 부시보다 수십만 표의 미주 전체 투표인수의 득세를 보이고도 낙선됐다.


소송으로 얼룩진 플로리다주의 투표 537표가 모자라 떨어진 것이다. 표 차이는 불과 얼마 안돼도 단 한 표 차이로 이겨도 주의 선거인단수 모두를 차지하게 돼 부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것이다. 그런데, 그 537표란 소송에서 이긴 표의 숫자다.

이번 선거도 지난 선거처럼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법관이 대통령을 뽑게 되지 않나 걱정들을 미리부터 하고 있다. 부재자투표 및 조기 투표가 이루어진 여러 곳에서 이미 민주당과 공화당이 소송을 벌이고 있기에 그렇다. 소송의 이유는 서로 부정이 개입됐다는
것이다.

합리적 사고를 우선시하고 있는 민주화된 미국이라 해도 무언가 어리숙한데가 선거에 남아 있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연해진다.현재 한 통계에 의하면 부시는 20개 주에서 168석, 민주당 후보 케리는 13개 주에서 188석을 확보해 놓고 나머지 17개 주 182석을 놓고 접전 중이라 한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두 사람의 격전지는 지난 선거 때 당락을 결정지은 플로리다주와 펜실베니아 및 오하이오의 거대 주를 포함해 미시간·미네소타·위스콘신·콜로라도·아이오와·오리건·네바다·뉴멕시코·웨스트버지니아·메인·뉴햄프셔 등 14개 주라 한다. 몇일 남지 않은 투표일을 앞두고 부시와 케리는 이 격전지에서 마지막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각종 선거에는 미국 시민권자면 모두 투표에 참가할 수 있다. 시민권자라도
유권자 등록을 먼저 해야 한다. 이미 유권자 등록기간은 지났다.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은 4년 후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허나, 유권자 등록은 했어도 선거 당일 날 투표를 하지 않으면 등록한 보람도, 유권자의 권리도 상실하게 된다.

C.E.메리엄과 H.F.고스넬은 1923년 시카고 시장선거에서 기권자 5,31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바 있다. 왜, 그들은 선거에 기권, 즉 불참을 하였는가?가 조사의 목적이었다. 조사 결과는 첫째, 질병 및 부재 등의 신체상의 문제·둘째, 법적 및 행정적 장애문제·셋째, 투표에 대한 불신·넷째, 무지와 무관심 및 염증 등으로 나타났다. 혹여, 아시안들이 투표 저조율을 보인다면 선거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때문이 아닐까 염려된다.

요즘 신문과 방송들은 투표에 참여해야 할 당위성을 전문가들의 글과 말을 통해 수없이 내보내고 있다. 당위성 중 하나는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자는 것에 있을 것이다. 한 표, 한 표가 모여 쌓여 원하는 자가 당선될 때 민의는 제대로 나타나기에 그렇다. 미국 시민으로 세금은 꼬박꼬박 내며 시민의 의무를 다한다해도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모처럼 주어지는 권리를 스스로 박탈하고 마는 셈이 된다.

’투표 안한 사람과는 4년 동안 섹스를 안하겠다’고한 사람 수만 명이 인터넷을 통해 연대 맹세했다. 웹사이트는 투표자(Voter)+오르가즘(Orgasm)을 합성한 보터가즘(Vortergasm.org)으로 이 사이트에 가입한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과는 다음 선거인 2008년까지 섹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모두 투표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있다. 재미있다.

11월2일(화).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시민권자는 모두 선거에 참여해 투표함으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였으면 좋겠다. 또한 이번 선거는 공명선거가 되어 지난번처럼 소송으로 치달아 법관이 뽑는 대통령은 안나왔으면 좋겠다. 부시가 재선되든 케리가 되든 모두 유권자의 몫이다. 이 나라의 장래가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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