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회관에 채워진 수갑

2004-10-27 (수)
크게 작게
장래준(취재1부 차장)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뉴욕한인회관을 방치해왔습니까?”, “한인을 위해 일하다가 경찰서까지 끌려간 회관관리위원장을 도울 방법은 없겠습니까?”, “21년 동안 남의 약점을 이용해 한푼의 렌트비도 안내고 살아온 못된 입주자들을 내쫓을 방법은 없는 겁니까?”.

홍명훈 회관관리위원장이 뉴욕한인회관 5층의 악덕 입주자들로부터 고발당해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고 수갑이 채워지는 봉변을 당했다는 26일자 뉴욕한국일보를 본 독자들의 반응이다.


홍명훈 위원장은 제24대 회관관리위원장으로 지난 1년6개월 동안 뉴욕한인회에 부과된 24건, 총 6만5,000달러에 달하는 각종 벌과금을 해결하는 등 한인회관의 정상화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지난 9월부터 월 7,000달러의 흑자 빌딩으로 전환시킨 주역이다. 그가 지난 1년여 동안 벌인 협상 과정에서 두 사람의 입주자들이 제안했다는 해결책은 정말 어이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이 한인회관이라니까 다른 한인이 소유한 정식 아파트에서 싸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 ‘한인회관 내의 합법적인 주거 공간으로 옮기면 월 500달러 이하의 렌트비만 받아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한인회 관계자들은 “지난 21년 동안 공짜로 사는데도 난방이며 전기, 상수도를 모두 공급해준 일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우리도 잘못은 있다. 빈약한 재정형편 때문에 적법하지 않은 입주자가 살고 있는 건물을 매입해야했고 이후에도 법에 따라 5층을 주거용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한인회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들 입주자들의 말대로 ‘2년마다 한인회장이 바뀌면 몇 차례 귀찮게 하다가 말고 했다’는 것이 벌써 21년을 끌어온 것이다.

홍명훈 위원장은 “더 큰 문제는 돈으로 해결하려면 얼마나 들지도 모르며 다른 방법이 있는지, 과연 그 방법이 적법한 절차인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두 입주자가 각각 경찰에 고발한 때문에 홍 위원장은 한차례 더 경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고 법원 절차도 거쳐야 한다.

한인회 관계자의 말대로 “홍 위원장의 봉변은 한인사회가 유치장에 갇히고 수갑이 채워진 것”이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우선 법률, 부동산전문가가 나선다면 뉴욕 한인 모두도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으리라.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