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공짜 티켓

2004-04-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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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특집부 부장대우)

한인 관련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일반석보다는 비싼 오케스트라석쪽 좌석들이 텅텅 비어 있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한 유명 피아니스트의 독주회장에서 관객들로 꽉 찬 객석에 유난히 눈에 띄게 구멍난 곳이 있었다.

아마도 입장권을 단체로 구입한 한 기관에서 불참 인사들이 발생하는 바람에 객석 앞쪽 오케스트라석만 듬성듬성 비어 있는 좌석들이 생겨난 것 같다.


바로 얼마 전에도 한국의 유명 국악인들과 수련단체들이 공연한 카네기홀에서도 공연을 앞두고 일찌감치 표가 매진됐다는 주최측 발표와는 달리 공연 당일 앞쪽 좌석들이 많이 비어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왜 비싼 티켓을 구입하고 관람하지 않는 걸까. 올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도 있었겠지만 공연장 빈 좌석들은 공짜로 얻은 티켓이라 무심코 표를 썩히거나 인사치레로 표를 구입한 사람들의 좌석인 경우가 많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이나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 티켓을 구입 후 공연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현재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 중인 한국의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 티켓을 구입하
려는 사람들이 종종 ‘할인 티켓 없나요?”란 질문을 한다.

지난 2월 한국 문화 공연 사상 처음으로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인 맨하탄 그리니치 빌리지 소재 미네타 레인 극장에서 장기 공연에 돌입한 난타(영어 제목 Cookin’)는 주말이면 표가 매진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난타 제작사측은 홍보 차원에서 공연초반 공연 관계자들에게 공짜 티켓도 뿌렸고 비영리단체들에게는 단체 입장권을 싸게 파는 등 난타 알리기에 노력을 기울여왔다.이제 공연이 자리 잡으며 좌석 대부분이 유료 티켓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난타가 장기 공연을 시작한 지 불과 몇 개월이다. 난타가 10년 아니 20년 롱런 할 수 있도록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살아 남으려면 끊임없이 관객들이 몰려야 하고 티켓 판매수익을 올려야 한다. 할인 티켓은 난타가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게 될 때 그 때 기대해보자.

우리가 너무 공짜티켓, 할인 티켓 문화에 익숙해 있지 않나 곰곰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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