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인의 정서

2004-04-21 (수)
크게 작게
이춘원(전 동국대학 교수)

한국인은 다정다감한 사람들이다. 정서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의 다정다감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요사이, 특히, 지난 6개월여 동안 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들 모두가 흥분, 분노, 기쁨, 슬픔 등의 격앙된 감정을 경험했을 것이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한 흥분과 격동, 거기에 따른 감정표출의 모양새를 보면서 한국인의 성격적 특성에 대하여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하였다.

그 모양새에 지나치는 점이 너무 많았다. 관심 있는 외국인들까지도 논평
도 하고 우려하는 의견도 나타내고 있다.정서는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 현상 중의 하나다.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자극 또는 자체 내의 심리적 또는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인지(Perception)과정에 항상 정서가 수반된다. 정서는 인지 후의 사고와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성격, 지식, 훈련된 상태 등에 따라서 정서의 흐름이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하나의 정서의 표출이 다른 개체 또는 주변의 정서적 변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개체의, 어떤 시점에서의 정서의 표출은, 그 자체 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타(他)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정서의 표출은 그 모양새에 따라서 아름답고 동감할 수 있는 상태일 수도 있고 아주 해롭고 추하게 보일 수도 있다.

정서가 어떤 모양새로 표출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이 점에 대하여 ‘정서의 질(Emotional Quality)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어 내고 연구한 사람들이 있다. William James(1842~1910)와 Carl Lange(1834~1900)이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James-Lange Theory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정서의 표출에 대하여 질적(質的) 우열(優劣)을 논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질이 좋은 정서의 표출은 다른 개체와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고, 아름답고 이해가 되는 상태로 나타날 것이고, 질이 나쁜 정서의 표출은 타와 주변에 나쁜 영향을 주고, 추하고 지나친 모양새로 나타날 것이다. 정서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서의 표출은 조절되어야 하고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 표출이 적당하고 아름답게 보여지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지나치거나 추하게 보여서는 안된다. 이것이 ‘정서의 관리’(Emotional Control)로 순간적으로 표출되는 감정을 잘 조절되도록 교육시키고 훈련되어야 한다.

문화적으로 뒤떨어진 후진 민족일수록 정서의 질이 나쁘고, 문명된 선진민족일수록 정서의 질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다정다감한 한국인들은 어디에 속할까? 한국사람들의 이산가족들이 만나는 장면, 그 지나치게 울부짖는 장면, 사람이 죽었을 때에 나타내는 가족들의 무질서한 감정 표현, 정치적으로 특출한 움직임이 있을 때의 정치가 자신들이나 그에 대한 국민
들이 나타내는 정서의 표출, 야단법석을 하는 태도, 일반적으로 기쁨과 슬픔을 대하는 정서의 표출 양상등을 볼 때 부끄럽고 추하게 느낄 때가 많다.

정서의 관리가 아주 잘 된 예를 들자면 미국의 케네디대통령이 달라스에서 총을 맞고 쓰러질 때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한 정서의 표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울부짖거나 심히 당황하거나 이성을 잃은 듯한 극도의 흥분을 나타내지 아니하고 눈믈을 감춘 채 침착하게 사태에 임하던 태도는 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9.11 테러사태가 뉴욕에서 발생했을 때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취한 정서의 관리도 모범적인 것으로 평가되어 줄리아니 시장은 일약 세계적으로 훌륭한 인물로 등장하게 되었다. 정서의 관리가 극단적으로 잘못된 예로서는 자기의 의사와 주변의 상황이 맞지 않는다 하여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하는 것이라든지, 한강에 뛰어들거나 고층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을 하는 사례들일 것이다.

탄핵 정국을 잘못으로 심판하는 국민들의 여론도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정서 관리가 잘못된 것을 심판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우수한 민족이다. 천재성을 가졌고 여성들은 아름답고 남성들은 정열적이고 책임감이 강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은 앞으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킬 것이다. 시(詩)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멋진 사람들이다. 정서의 질을 높이고 관리만 잘 한다면 세계에서 존경받는 일등 국민이 반드시 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