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옹(翁)

2004-04-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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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편집위원)

늙은이 옹(翁)은 공(公)과 우(羽)가 합쳐진 글자이다. 공(公)은 신분이 높은 사람을 의미한다. 옛날에 제후를 공(公)이라 한 것으로 보아도 확인할 수 있는데 지위가 높은 사람은 새의 깃털(羽)로 모자를 장식했고 그래서 옹(翁)은 존경받는 연장자의 의미이다.

현재 옹(翁)은 주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나이가 많은 사람의 성이나 성명, 호 뒤에 쓰이어 그 사람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다. 또한 남자 노인을 높이어 이름대신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 늙는다는 것은 사실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팽팽했던 피부에 주름살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 서글프기도 할게다. 심지어 늙은 것도 서글픈데 쓸모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거나 자녀들에게마저 괄시받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한인사회의 가정풍토 속에서 경로사상과 효도에 대한 관념이 매우 희박해지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어느 때보다 어른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우리의 소중한 미풍양속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효경에는 부모를 사랑하는 자는 감히 남에게 악하게 하지 않고, 자기 부모를 공경하는 자는 감히 남에게 오만하지 않는다고 했다. 명심보감도 무릇 손아랫사람들은 일의 크고 작음이 없이 독단으로 하지 말고 반드시 어른께 여쭈어 보고 할 일이라고 노인을 공경하고 어버이에 대한 효도를 강조하고 있다.

효와 경로의 관계는 효는 인간 관계의 기본으로 부모에 대한 효성스런 마음이 남의 부모와 모든 어른에게로 확대된 것이 경로사상이다.노인을 공경하고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성 상실, 물질 만능주의, 이기주의 등의 병폐를 막아낼 수 있는 정신적 방패이며, 가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자 어른에 대한 공경뿐만 아니라 바로 인간존중의 핵심이라 하겠다.

한인사회는 점차 고령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사회학자 라스렛은 노년기를 ‘제3인생’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인생을 4단계로 구분하면서 출생부터 사회진출 전까지를 제1인생, 직업생활 시기를 제2인생, 퇴직 후의 건강한 생활시기를 제3인생, 마지막 의존생활 시기를 제4인생으로 구분했다.
지금 한인사회는 ‘제3인생’과 ‘제4인생’을 살아가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한인의 평균 수명도 이미 70을 넘어섬으로써 인생 칠십은 고희로 드물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는 아득한 옛말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한인사회에는 사람의 윤리가 업신여겨지게 되어 정녕 부모가 나를 낳아 길러주신 것을 알면서도 등한시하고 소홀히 하여 효도하는 이들이 적은 것 같다. 또 날이 갈수록 노인을 공경하기는커녕 아예 경시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때문에 한인사회에는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사상의 미풍양속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할 때이다.

이런 시점에 뉴욕한인회가 한인 노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추진 중인 경로우대제도가 호응을 얻어 여러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한인회는 지난달 18개 한인 이용업소들과 함께 경로우대제도를 실시키로 하고 65세 이상 한인 노인들이 평일에 이들 업소를 이용할 경우 우대 요금을 적용키로 합의했다. 한인회는 경로우대 스티커를 자체 제작하여 참가 업소 입구에 부착하고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최근 한인회를 방문한 한미미용협회도 경로우대제도의 동참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경로우대제도에 참가를 문의하는 다른 한인 업종들도 늘고 있다니 한인 노인들의 복지증진에 큰 힘이 될듯하다.한인회가 실시하고 있는 경로우대제도는 한인 노인들의 복지를 개선해 보다 살기 좋은 뉴욕 한인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다. 현재는 이·미용업계만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한인 업종이 동참하여 한인 노인을 경애하고 봉양하여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노인복지 증진에 정성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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