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민 역사 주간

2004-04-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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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부 부장대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에 따르면 1892년에서 1942년 사이 미국 입국심사소였던 ‘엘리스 아일랜드’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뉴욕땅을 밟은 외국인은 1,600만명이었다.

‘엘리스 아일랜드’는 당시 미국으로 이민오는 모든 외국인의 70%가 입국수속을 밟은 곳이며 특히 1907년 4월17일 하루에는 1만1,747명이 입국, ‘엘리스 아일랜드’ 역사상 가장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의 품에 안긴 날이라고 한다.


따라서 블룸버그 시장은 14일 오전 시장 관저인 ‘그레이시 맨션’에 뉴욕시 이민사회 지도자 150여명을 초청, 이민자들과 4월17일을 기념하기 위해 4월15일∼4월21일을 뉴욕시 최초의 ‘이민 역사 주간’으로 선포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뉴욕한국일보, 중국 세계일보, 인도 인디아 타임스 등 대표 소수계 언론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이들 언론을 통해 이번‘이민 역사 주간’의 의미와 각종 행사를 널리 홍보하는 발표까지 했다.

170여개국 언어가 사용되는 뉴욕의 시정을 책임진 시장이 이민 역사를 기리는 자리에서 한국을 각별히 지명, 언급했다는 점은 미국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0년을 맞이한 뉴욕한인들에게는 흐뭇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같이 의미 깊은 자리에 뉴욕한인사회를 대표한 한인이 불과 4명뿐이었다는 사실과 그중에서도 단체장은 2명에 불과했다는 점은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블룸버그 시장이 한인언론을 통해 한인사회에 홍보한 각종 행사들 중에는 한인 행사가 단 1개도 포함돼 있지 않다. 더욱이 시장실에는 한인이 ‘커뮤니티 아웃리치’ 디렉터로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이를 제대
로 활용하지 못해 지역, 직능, 사회, 봉사, 친목 등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한인 단체들의 활동이 한인 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이민 기념 주간’에 한인 관련 행사가 전혀 없는 점을 우리는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또한 뉴욕한인단체들은 활동 영역을 지역사회, 시, 주, 연방, 국제사회로 넓혀 나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보다 많은 한인 인재들을 배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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