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월의 찬미

2004-04-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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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보스턴 퍼블릭스쿨 교육위원)

대지를 적시는 봄비속에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뿌연 안개속에 펼쳐지는 하늘 끝이 우주와 맞닿고 있다. 지난 겨울 은하수 깊은 물로 맑게 흐르던 그 강물은 멀리 우주를 돌아 이제 지구의 한가운데서 꽃잎처럼 흩날리고 있다. 영롱한 빗방울이 되어 그리 차갑지 않은 대지의 봄기운 속에서 비는 계절의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135년만의 겨울이 밀려간 보스턴의 찰스강가에 피어 오르는 여린 풀빛을 들여다 보면 지구의 역사가 시작한 이래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가 생각하게 된다.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아래 처연히 솟아 오르는 그 풀빛은 아주 오래전 누군가 이 강가를 지나며 바라보던 그 빛으로 이 봄 새로이 태어났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어느 봄날에도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이 곳을 머물다 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할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봄의 소리들이 강가에서, 바닷가에서 소리없이 찾아들고 있다. 오월의 어느날 거리에 나서 보면 세상은 온통 눈부신 꽃의 향연으로 가득찰 것이다.

그러나 봄의 절정인 5월보다 새생명의 탄생으로 화사한 4월의 햇살은 더욱 잔인하리만치 아름답다. 정열적이지는 않지만 4월의 햇살은 봄비와의 조우속에서 더욱 찬란하다.

인류역사는 이제 정보과학기술 혁명에 의해 지구촌이라는 공동의 장속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 지구촌의 운명을 4월의 봄비속에서 새겨본다. 만일 네팔의 산간지역에서 별들의 특이한 움직임을 발견한 이름 모를 소년이 전세계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그 사실을 전파한다면 지구촌 어디에 살더라도 그 감동을 동시 다발적으로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 문명속의 과학기술은 시간과 공간속에 존재하는 3차원적 인간의 삶을 4차원의 무한궤도로 끌어 올린다. 최근 미국의 한 젊은이가 인터넷으로 전세계를 상대로 화성을 분양해 억만장자가 되었다 한
다. 그는 실험삼아 인터넷에 화성을 분양한다는 광고를 냈는데 전세계의 네티즌들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 화성을 분양가에 맞춰 각 지역에 구획을 정해 분양했다 한다.

물론 화성처럼 대기권밖의 우주에는 국제사회에서 아직 소유권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이러한 가상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을뿐 아니라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데 이는 실질적인 소유권을 주장하지도 행사할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분양하는 사람이나 분양받는 사람이나 컴퓨터상에 뜬 자신의 땅에 열대의 야자수를 심고 그 그늘 아래에서 아름다운 이와의 별빛 같은 사랑을 꿈꾼들 북극의 이글루 같은 얼음집을 짓고 그 안에서 따듯한 차를 마시며 생의 여유로움을 만끽한들 그 누가 방해할 것인가. 인터넷 문명이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에서 생의 일탈을 꿈꾸며 전혀 다른 공간을 비상하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우주철도를 개통한 21세기 우주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머지않아 우주 정거장 근처에 그림같은 별장을 짓고 휴가를 보낼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지구촌의 역사에서 우주의 역사로 가는 21세기는 국제사회의 국가 경쟁력이 우주시대로 향한 국가 역량으로 전환될 것이다.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공상과학영화속의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에서 다시금 우주전쟁과 각국가들의 별들 점유권을 위한 분쟁의 시대로 변화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과학문명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됨으로 그 양상이 얼마나 빠르게 진척될지 가슴 벅찬 기대감을 갖고 우리는 지켜보면 될 것이다.

지구촌의 우리가 우주인으로 변화하는 순간 밤하늘의 별들은 더이상 우주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삶의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인류는 200억만년의 우주의 역사 속에서 2000년 남짓한 인류의 역사를 반추하며 미래라는 희망의 수레를 탈 것이다. 그 수레를 타고 2004년의 4월은 봄비속에서 더욱 찬란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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