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불경기를 탓하지 말자

2004-04-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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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뉴욕의 한인타운인 맨하탄 32가에 얼마 전 문을 연 한 한식식당은 날마다 붐비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매일 24시간 영업을 하는 이 식당에는 주로 한인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피크 아워에는 식당 밖 길거리까지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을 이루고 있는데 입과 입으로 소문이 나서 이제는 나이든 사람들과 외국인들까지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다른 식당들이 장사가 안된다고 울쌍짓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이 식당에 이렇게 사람이 들끓는 이유는 음식을 먹어보면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다양한 메뉴 중에서 어떤 음식을 시켜 먹어도 대체로 맛이 있다. 반찬류가 지나치게 많지는 않아도 알뜰하게 나오는데 모두 독특한 맛이 있다. 그렇다고 값이 비싼 것이 아니라 저렴한 편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요즘 미국은 불경기라고 하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힘들어 한다. 사실 미국 경기는 몇년째 부진한 상태이다. 이 불경기가 언제 풀릴 지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러나 불경기 시대에도 사람들은 호경기 때만은 못해도 먹고 입고 소비하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영위되고 있다. 불경기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불경기 속에서도 돈을 벌고 있다.

호경기든 불경기든 장사의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첫번째 비결은 좋은 품질이다. 음식점으로 말하면 좋은 재료와 솜씨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저렴한 가격인데 예를 들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터무니 없이 비싼 값을 받는다면 사먹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품질과 가격 다음은 서비스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품질 좋고 값이 싼데 좋은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품목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편리한 곳에 위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경제상태가 호경기이냐 불경기이냐에 따라 모든 사업이 대체로 잘 되거나 잘 안되는 경향은 분명히 나타난다. 경기 뿐만 아니라 세상사에는 모두 대세라는 것이 있는데 누구도 이 대세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여름에는 모든 사람이 더위를 타고 겨울에는 모두 추위를 탄다. 그러면서도 더위와 추위를 피하거나 견디면서 이겨 나간다. 전반적인 불경기 상황에서는 모든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들은 선택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업소는 여전히 돈을 벌고 그렇지 못한 업소는 매상 감소로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일반적인 비즈니스와는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불경기 속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이 계속 떨어지고 있을 때도 어떤 주식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미국 전역의 부동산시장이 천정부지로 달아올라 버블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앞으로 만약 부동산시장이 폭락했을 때 부동산을 산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뉴욕의 명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미국이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았던 1929년 직후 대공황시대에 건축되었던 것이다.

불경기와 호경기는 계절의 변화처럼 순환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요즘의 불황은 요즘 날씨처럼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상의 변화가 자연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체로 규칙적이었다. 그러나 공업화로 인한 자연 파괴는 기상에도 영향을 끼쳐 기상이변이 자주 일어나고 예기치 않은 악천후로 사람들이 큰 피해를 받곤 한다.

요즘 경제는 지나친 세계화로 인해 한 지역의 경제위기가 세계 곳곳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계속적인 심화로 인한 빈부경제의 격차로 종래와 같은 경기순환이 규칙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그래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수천년 동안 장사를 해 왔고 또 앞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계속 장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장사를 잘 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호경기로 돌아서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보다는 스스로 불경기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앞서 예를 든 한식 식당이 불경기에서 살아남고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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