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찬(贊)과 반(反)을 넘어서

2004-04-08 (목)
크게 작게
하석영(베이사이드)

한국의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되니 나라 안은 말할 것도 없고 뉴욕에 살고있는 동포 사이에도 신문에서 분열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꽤나 시끌벅적한 것 같다.탄핵을 찬성한 쪽은 대개가 50대 이상이고 그 반대쪽은 40대 이하로 양분된다고 한다.

문득 어릴 적 학교 역사시간에 들은 노론, 소론이란 말이 떠오른다. 늙은이 젊은이가 아닌 나라 일 망친 붕당을 말함이요, 그 당에 속한 사람들 얼굴이고 이름이었다. 그 당파간의 세 싸움 통에 온 나라가 왜적에 짓밟히어 눈을 감고 죽을 수도 없는 수모를 당하고 오늘 후손들인 우리의 가슴에까지 그 흔적을 심어놓은 것이다.


이런 망국당(亡國黨)이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되겠다.어디 분열이 당치나 한 말인가? 두고 온 조국을 걱정하여 잠시 격앙된 감정의 현상으로 보
고 싶다.당신들은 늙은이들의 행동(찬성)을 언짢게 여기겠으나 그럴 수 밖에 없는 까닭이 있다.

40대 이하 세대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어떤 무엇의 잘못이었던지 많은 격동과 변화를 거치는 동안 그들은 먹을려도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픔을 참고 견뎌야 했고 참혹한 전쟁 속에서 단지 사상(이데올로기) 때문에 상대(동족)를 비참하게 죽이는 것을 봐야 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 목숨을 걸고 38선을 넘어온 사람들, 비록 이들의 잔여 가족이 혹 생존해 있다 할지라도 이북의 공산주의 체제를 조국으로 간주하기에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 만큼이나 강한 부정을 일으킬 것이다. 몸소 체험한 그들에게는 흰 것과 검은 것의 구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북에는 혁명을 앞세운 통일과업은 있어도 동족을 향한 애틋한 정이나 인간애(휴머니즘)가 없는 것이다. 가족을 버리고 조선공산국 건설을 위해 자진 월북한 남쪽의 많은 사람(지식인)들 거의가 다 숙청당해 없어진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조국의 분단을 보고 마음 아파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분단은 더 계속되어서도 안 될 일이요, 이것은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원이다. 이 저주의 벽이 허물어지려면 무엇보다도 강한 기초와 신념과 강한 결합의 힘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이 그나마 발전의 기초를 닦게 된 것은 위대한 정신을 가진 분들의 숨은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 정신과 힘을 더 크게 모아야 한다. 이 일은 애국심 없이는 못하고 말로만 외치는 것도 안된다. 종교적인 참사랑이 없이도 안된다.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떠들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 열심히 일에만 전념한다.

기분과 감정에서 나온 생각은 다른 사람과 다를 수가 있다. 모든 판단과 주장은 오직 애국이라는 동일한 목적에서 나와야 한다. 이는 쉬운 말 같지만 그렇게 하기란 자기 본위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라를 빼앗겼던 것과 왜 분단이 되었는가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모든 이의 가슴에 울분과 사명감을 불러 일으키게 하므로 전체를 결합하게 하는 힘이 되며 서로가 돕고 사랑할 수 있는 응집된 민족정신을 세우게 될 것이다. 이를 망각해서는 안되는데 우리는 잊고 있다.

현 한국의 정치가 50년이 지나도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더욱 부패해 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교훈의 망각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불타는 애국심으로 나라에 충성하는 위대한 사람은 없고 야욕으로 가득 찬 야심가만 있다는 것이다.

야심가는 부정부패를 몰고 다닌다. 이들이 득세할 수 없는 국가나 사회는 희망찬 도약만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이없게도 야심가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물들고 말았다.

당시만 해도 정치나 주의(主義)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마치 이상국가의 대명사처럼 위장된 민주라는 말을 내세운 것이다. 그 각본과 연출에 의해 본래의 우리가 변화하여 내 주장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투사가 된 셈이다.조국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50대 이상이나 40대 이하가 따로 있을 수 없다.젊은이의 정열과 패기는 동포들 미래의 등불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이민생활에 굳건한 초석과 같은 투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난의 길을 헤쳐온 쉰세대들이 인내와 연륜은 동포라는 수레의 윤활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탄핵이 없던 것만은 못하다. 과연 어느 것이 조국이나 동포들에게 보탬이 되는가를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