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을 초래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

2004-04-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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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교육학박사)

이라크전쟁은 끝이 났지만 매일 일어나는 미군들의 사상자에 대해 이제는 신경이 둔해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의 뉴스를 보고 놀랐다. 놀라기 보다는 분노에 가까웠다. 시체를 교각에 매달고 시커멓게 탄 몸을 발로 밟고 있는 장면들이다. 그보다도 더한 것은 그들이 전리품을 얻은 것 같은 승리에 찬 환희의 표정이다.

이라크 팔루자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들은 군인은 아니었다. 미국인이기 때문에 피살된 것이다. 너무나 잔인한 장면이라 주요 보도사가 방영을 꺼릴 정도였다.


왜 이렇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은 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던 후세인을 무너뜨리고 그들에게 자유를 안겨주지 아니했던가? 이라크 뿐만 아니다. 전세계의 모슬렘 국가는 물론 우방 유럽에서도 반미감정이 절대적으로 지배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하고 있다.

미국을 적극 지지한 영국 국민도 마찬가지다.미국을 고립화시키고 전세계를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은 것은 부시대통령의 아집과 오판 때문이다. 그는 유엔과 대다수 우방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를 공격하였다. 그는 근거에 없는 이라크의 대량학살 무기 보유와 알카에다 테러 연관설을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전쟁은 단시일에 끝나고 미군은 해방군으로서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주장하였다.

테러와의 전쟁에 끝은 보이지 않고 이제 온 세계가 크고 작은 테러의 위험 속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라크에서는 매일 미군이 죽어가고 군중들의 반미데모는 강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낸 미국은 전쟁과 이라크 복구비용으로 455조달러란 엄청난 적자예산을 세우고 있으며 한달에 10억달러란 돈을 이라크 전비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의 고집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그는 전쟁의 타당성을 주장하며 이라크 사회의 발전사항을 과장된 숫자로 내놓고 있다.아프간 전쟁은 이유가 있었다. 탈레반 정권이 9.11사태를 일으킨 빈 라덴을 끝까지 옹호하였기 때문이다. 아프간 전쟁만으로 끝냈다면 미국은 세계의 동조 속에서 그 나라 재건도 마무리하고 빈 라덴도 지금쯤 체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은 9.11 직후의 미국에 쏠렸던 세계의 동정을 반미감정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제 미국은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이라크나 인근 아랍사회들은 서구문화와 근본적으로 바탕이 다른 이슬람 과격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알라신을 믿지 않는 모든 민족을 적(infidel)이라고 하는 그들에게 개인의 자유와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서구의 사상은 그들 사회에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어떠한 선한 의도도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으며 모든 사회문제를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적대관계 속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가 정착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인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고집과 꿈을 버려야 할 것이다. 팔루자의 참혹한 사건에 대해 미국 유력 언론은 감정으로 인해 극단적 행동을 취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황당한 해결책을 제안하고 싶다. 후세인을 석방하고 이라크 문제는 자기들 종파와 부족끼리 해결하도록 남겨두고 미군은 철수하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의 솔직한 감정이다.

불란서 드골대통령은 그의 코만큼 큰 자존심과 애국심이 강한 군인이었다. 그는 알제리어 반란군을 진압하고 계속 그 나라를 식민지로 통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드골대통령은 영토를 포기하고 1962년 불란서군을 철수시킨 것이다. 그에게는 자존심을 이기는 용기와 미래의 평화를 바라보는 비전이 있었다.

미국은 모든 민족이 각자의 문화를 지켜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미국의 이상적인 민주 정신이다. 이라크에도 이 이념을 적용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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